【성남】음식점 주인을 살해하고 금품을 훔친 30대 강도살인 피의자가 아내의 신고와 검찰의 과학수사로 범행 8년여만에 구속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최해종 부장검사)는 31일 강도살인 혐의로 K(39)씨를 구속기소했다.

사건은 8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4월21일 오전 1시께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Y가든에서 음식점 주인 김모(56)씨가 뒤통수를 둔치로 맞아 신음 중인 것으로 외출했다 돌아온 여종업원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국과수 감식 결과 김씨는 전날밤 11시께 망치 또는 유사한 둔기로 맞아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당시 현장감식을 벌였으나 소형금고가 없어진 사실과 용의자들이 앉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테이블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지문 한 점을 채취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수십명의 용의자를 조사했으나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채 유일한 증거인지문에 기대를 걸고 수년째 지문 자동검색시스템만 확인해왔다.

영구미제로 빠질 것 같았던 사건은 의외의 `제보자'에 의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K씨와 범행현장에 함께 있었던 K씨의 아내 H씨가 지난해 11월말 경찰에 자진 출두, 범행을 자백한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K씨 부부를 일단 구속했으나 H씨의 자백 이외에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공소유지에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검찰은 H씨로부터 범행도구(망치), 훔친 소형금고안에 있던 가스분사기, 망치와 가스총을 범행 이틀 후 대청호에 버렸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부인이 남편을 음해하기 위해 의도적인 거짓말을 했거나 인격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검찰은 경찰이 확보하고 있던 지문 한 점에 대해 재감정을 실시했으나 8년 전과는 달리 피해자 김씨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고심끝에 지난해 12월21일 K씨 부부를 공주치료감호소에 정신감정을 의뢰했고 4주후인 지난 18일 K씨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인 `불특정인격장애'를 앓고 있고 H씨는 정상이고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는 감정결과를 통보받았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H씨는 진실, K씨는 판단불능 판정이 나왔다.

H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1995년초 보험설계사로 근무할 때 보험금 입금 문제로 김씨를 알게 됐고 김씨와의 관계를 의심해 오던 남편이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한탕하기로 마음먹고 김씨를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H씨는 검찰조사에서 “남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부당한 요구를 참지 못해 1년전 가출했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K씨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직접 증거가 없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아내 H씨가 음식점 예약만 해주고 현장에 동행했을 뿐 범행을 사전 공모하지 않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H씨에 대한 구속을 취소하고 기소 여부를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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