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일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핵심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여성계와 유림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호주제 폐지를 외쳐온 여성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반면 유림을 대변하는 성균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반역사적, 반민족적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1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헌재의 결정 직후 대심판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가 성 평등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시민연대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국가공동체가 실현해야 할 근본 가치로 천명된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가 가족생활 내에서도 추구돼야 한다는 원칙에 예외가 없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을 통해 호주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고 가족간의 진정한 공존이 가능해질 수 있는 시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열쇠를 얻게 됐다”며 “제도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대표는 “사실상 위헌 결정으로 봐야 하므로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호주제로 고통받았던 분들이 이번을 계기로 희망을 가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성명을 내 “예상에는 미치지 못하나 내용으로는 위헌 결정이라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며 “2월3일은 우리나라 가족법 개정운동사에 결정적이고 획기적인 방향 전환이 이뤄진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성균관 가족법대책위원회(위원장 하유집)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불과 수개월 전 수도 서울문제를 정치적 판단에 따라 관습헌법 운운하면서 위헌결정을 내렸으면서도, 엄연히 수도 서울보다 훨씬 오랜 민족사적 전통의 호주제와 동성동본금혼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전통 가족질서를 아끼는 선량한 국민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평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가족법대책위는 “호주제 폐지가 결국 동종교배(同種交配)와 현대판 고려장을 부채질하는 악법이 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헌법재판소의 이날 결정은 즉각 취소되야 하며, 우리는 뜻있는 지사(志士)와 국내외 모든 동포의 이름으로 대통령과 국회에 대해 헌법에 의거한 국민투표 실시를 강력 요구한다”고 밝혔다.

가족법대책위는 또 “우리는 앞으로 호주제와 호적부의 재건을 위해 어떤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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