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와 같은 휴일에는 평소와 달리 좋은 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도로에 차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팸메일이 현저하게 준다는 점이다. 스팸메일은 프로그램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데이터를 입력시켜 프로그램이 실행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나, 원하지 않거나 쓸모없는 정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발신자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수신자에게 발송하는 전자 메시지를 스팸(spam)이라고 하며, 쓰레기나 다름없다고 해 정크메일(junk mail)이라고도 부른다.
 

지난 1999년 발효된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스팸메일은 불법행위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 법률에 의하면 이는 불필요하거나 승인되지 않은 광고, 금융 피라미드, 불법음란 소프트웨어의 판매, 기타 다른 형태의 권유를 허위 혹은 닉네임으로 게시해 수신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내는 메일을 뜻한다. 주로 광고용으로 제작되어 대량 배포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신자의 입장에서 보면 메일서버의 한계 용량 때문에 매번 삭제해야 하는 귀찮은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발송자의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을 활용한 광고라는 영업행위이므로 일탈행동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에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드리워지는 어두운 그림자

2004년 한 해 동안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송·수신된 전자우편의 60%가 스팸메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업 백신 전문 업체는 해마다 전체 전자우편 가운데 스팸메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 2002년에 25%에 불과했던 것이 2003년은 40%, 2004년에는 60%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와 같은 인터넷의 스팸메일 현상은 이제 휴대전화를 비롯한 다른 미디어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보화 인프라가 급속도로 구축되어 가면서 정보의 바다에 불과했던 인터넷이 일상적 생활 세계로 편입되며, 사람들을 희망에 들뜨게 만들었던 장밋빛 청사진은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유통되던 각종 음란물이 전자우편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무차별적이고 공개적으로 배포됐으며, 음란 채팅·원조교제와 사이버 매매춘 등이 우후죽순처럼 성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대표적 사건인 O양의 비디오를 비롯해 최근의 연예일 X파일까지 이러한 정보의 교환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영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정보사회와 사이버사회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정보윤리 혹은 사이버윤리, 어느 것으로 이름을 붙이든지 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상,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짓는 윤리규범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특히 사이버 공간은 나 혼자 컴퓨터 속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무수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다. 타인의 존재가 없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은 사이버 윤리가 성립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굳건한 토대이다. 따라서 존중은 사이버 윤리의 개인적 실천 덕목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개개인 책무 중요

사이버 공간은 항상 변화하고 있는 역동적이고 가장 중심적인 공간이다. 개개인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마우스 클릭이나 키보드의 입력은 매순간 일어나는 사이버 공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천이다. 우리들이 별다른 의미 없이 누르는 마우스나 키보드 하나하나가 사이버 공간을 매순간 변화시켜가고 있다. 한편, 이미 실행된 명령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사이버 공간이다. 또한 확산의 신속성과 광범위성, 편집과 저장성으로 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행위자 개개인의 책임이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개개인이 사회적인 책무가 있음을 항상 유념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수범 인천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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