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

지난해 고교 평준화제도가 학생들의 학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와 논쟁을 일으킨 데 이어 최근 평준화지역 고교생의 학업성취도가 비평준화지역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상반된 연구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이 된 `교육정책포럼' 최근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평준화지역 고교생의 수능모의고사 평균점수가 비평준화지역보다 높다는 것이다. 고교평준화제도를 놓고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평준화가 돼 있으면서도 질적으로 끌어올리려는 국가적 수준의 연구가 미흡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평준화시행이 30년이 넘었으면서도 계속해서 제도에 대한 결함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한다 하겠다.

평준화제도는 지난해에 한국개발연구원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학생들의 학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을 담은 연구결과를 발표, 교육계와 경제계에 평준화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나 이미 그 이전에 강남의 부동산 폭등의 주범으로 꼽힌 적도 있었다. 진념 부총리 시절 교육문제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발상아래 평준화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이 대두됐고, 이와 관련해 교육단체 등은 안착돼 있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흔들고 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

이 시점에서 이 정책을 도입하면서 정부가 표방한 정책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중학교 교육정상화, 고교 학교간 격차해소, 지역간 교육 균형 발전, 국민 교육비 부담 경감, 학생인구 대도시 집중 억제 등을 목표로 했다. 따라서 평준화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당초의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실현했느냐를 준거로 삼아야 한다. 평준화정책이 학력을 하향평준화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사회의 변화에 따른 여러 요인들과의 관계를 감안해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교육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충족을 위해서는 학교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김진표 신임 교육부총리가 취임 때 “평준화제도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 학교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점은 이 같은 문제점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평준화제도를 놓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우리사회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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