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기획사가 작성한 연예가 X파일이 세인의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TV에서도 한때 인기리에 방영된 같은 이름의 외화가 있어 우리에게 익숙해 있는 `X파일'은 말 그대로 제한된 몇몇만이 공유하는 비밀스런 문서나 세상에 알리지 못할 사정이 있는 문건의 기초 형태를 말함일 것이다.

       

우리 역사에 넘쳐나는 X파일 유형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현대 산업사회에 부응하기 위해 사람들은 가능한 짧은 시간에 많은 자료와 각종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인터넷은 이제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무한한 `정보의 바다'인 셈이다. 여기 변화에 적응하려는 개인과 기업의 경쟁전략이랄까, 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제한된 인원 외에 다른 사람 혹은 다른 기업이 알지 못하게 비밀스런 문건들이 만들어지고 가끔은 유출되는 일도 생겨나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 이런 형태의 글을 찾는다면 야사(野史)나 야담(野談) 혹은 괘서(掛書), 참요(讖謠) 등이 해당될 것이다. 그중에서 야담은 야사를 바탕으로 삼고 있지만 허구성이 더 짙다. 특히,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는 이러한 야담류가 판소리·소설·잡갇장편가사·사설시조 등의 문학장르를 형성하는 데 공헌했으며, 《청구야담》 등 야담을 집대성한 책들도 많이 간행됐다.

괘서(벽서)나 참요는 주로 당시 조정에 대해 불만과 불평을 가진 백성들이 민심을 선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으며 유언비어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대중매체가 없었던 시대에는 어떤 정치적 현실을 알리는 신문의 구실도 했다 할 것이다. 조선 숙종대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비유해 민간에 널리 유포됐던 “장다리는 한철이요, 미나리는 사시사철”이라는 참요의 유행이나 이를 배경으로 한 서포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의 등장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야사 역시 정사(正史)와 대립되는 사찬의 역사로 주로 풍속·전설위주로 서술되다보니 신빙성이 떨어지는 경향은 있으나, 때로는 정사의 결함을 보완하고 오류를 시정해 주며, 한편으로는 정사보다 더 시대상을 잘 반영해 준다는 점에서 그 사료적 가치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김대문의 《계림잡전》, 이제현의 《역옹패설》, 일연의 《삼국유사》나 조선시대의 《대동야승》이나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구한말 황현의 《매천야록》등이 모두 그런 류이다.

특히, 《매천야록》은 구한말 학자인 황현(黃玹)의 저술로 1864년(고종1년)에서 1910년 국권피탈에 이르기까지 47년 동안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것이다. 대원군의 집정, 안동김씨의 실권,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암투, 민씨의 권세,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 양국의 알력, 명성황후시해사건(을미사변), 일본의 침략 등 최근세에 일어난 중대사건을 민간 측에서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서 최근세사 연구의 중요한 사료이다. 여기에 서술된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갈등관계는 TV사극의 오래된 소재로도 지금까지 종종 인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황현의 재야측 입장 반영과 자신의 주관적 관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 서술된 것도 있어 전적으로 신빙할 수는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해학과 풍자 넘치는 X파일 아쉬워

오늘날 비록 시대와 사람과 환경은 변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 중의 하나가 사람들의 호기심일 것이다. 아직도 `판도라의 보석상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호기심을 참지 못해 그 상자를 열어버린 사람들의 허망함도 혼재하고 있다. `X파일'은 어쩜 인간들이 바라는 이러한 판도라의 상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의 `X파일'에는 과거 우리 선조들의 `X파일' 속에서 찾아지는 고도의 해학이나 은근한 풍자가 없다. 그러므로 어떤 교훈적 의미도 인간적 교감도 느껴지지 않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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