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영웅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소원영ㆍ김진민)가 3월 1일 7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최종 시청률은  22.5%(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였다.
   

작년 7월 5일 시작한 '영웅시대'는 조기 종영에 대한 작가와 MBC측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파행적인 결말을 그대로 내보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독고영재)이 세기그룹 천태산(최불암) 회장에게 조선소 건설을 제안하는 내용을 마지막으로  '생뚱맞게' 끝을 내버린 것.
   

이에 대해 시청자 사이에서 난데없는 결말에 대한 항의와 조기 종영에 대한  논란이 새삼 일고 있다.
   

'앞으로 드라마에 기획의도란 말은 없었으면 합니다. 지키지도 못할  기획의도,시청자 우롱하는 거 아닙니까'(윤상진)를 비롯해 드라마 게시판에는 이 드라마를 즐겨 보던 시청자들의 항의성 글이 다수 올라 있다.
   

MBC는 무슨 일을 벌인 건가. 시청자들의 숱한 항의 속에서도 '조기 종영'을  강행한 이유가 뭘까.
   

MBC측은 일단 이환경 작가가 제기한 외압설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12월 중순부터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조기  종영을  통보했다는것.
   

조기 종영을 결정할 시점에는 시청률이 10% 중반대에서  답보상태에  머물렀다.세트 건립 비용, 해외 촬영 등을 포함해 회당 제작비는 평균 2억5천만원이 소요, MBC 자체 제작 드라마로는 최고 수준의 비용이 들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나오지  않고 가장 비싼 광고 시간대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100회까지 버틸 수 없었다는  현실적인 논리를 댔다.
   

또한 이후 마련한 군색한 변명 중 하나가 '제5공화국'이 시작돼 상당 부분  '영웅시대'와 시대적 상황이 겹치게 된다는 것.
   

그러면서 난데없는 '외압설'을 제기한 이 작가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MBC 드라마국 한 관계자는 "시작하기 전 이 작가가 시청률 30%는 문제없다고 큰소리쳤다. '30%가 안나오면 드라마 내려라'고까지 했다. 그렇게 말해놓고는  이제와서 난데없이 외압설을 제기하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개인적으로 들었던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러나 문제는 이 관계자의 말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시청률 때문에  자승자박한 꼴이 된 것이다.
   

MBC는 월ㆍ화 오후 10시 시간대에 SBS에 한동안 밀려 있었다. '대장금'과 '불새'가 방영되기 전까지 SBS의 '여인천하', '야인시대' 두 편의 드라마의  기세에  눌려 약 3년간 고전했다.
   

이로 인해 '용의 눈물', '야인시대' 등으로 시청률 보증수표가 된 이환경  작가의 스카우트를 논의했던 것. 또한 국내에서는 제대로 건드리기 힘들었던 현대와  삼성, 두 재벌가를 다룬 '경제 드라마'라는 타이틀은 충분히 매혹적인 소재였다.
   

통상 대작의 기획은 1년여전부터 이뤄지니 '대장금' 방영 이전에 '영웅시대' 기획이 들어갔던 것.
   

그러나 MBC는 시청률과 화제성에 얽매여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말았다.  '제3공화국'을 비롯한 '공화국' 시리즈와 '땅' 등 독재정권의 진짜 '외압'에 시달릴 만큼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정치ㆍ경제 드라마를 제작해왔던 MBC 드라마의 자존심이  '영웅시대' 시작부터 일기 시작한 '역사 왜곡' 논란에 큰 상처를 입은 것.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문제 제기가 일었고, MBC 자체에서 '영웅시대'에  대한 부담감이 스스로 나오기 시작했다. 졸지에 사내 안팎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 MBC 드라마국은 좌불안석의 심경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이 작가와 MBC측의 갈등이 불거지게 된 셈이다. 조기종영을 선택할수 밖에 없없던 MBC와 '시청률 보증수표'에서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했다는 불명예를 쓰게 된 작가와의 갈등이 결코 봉합될 수 없었던 것.
   

공교롭게 최문순 사장 부임 후 선임된 MBC 제작본부장이 '공화국' 시리즈로  국내 정치 드라마의 서장을 열었던 고석만 전 PD다. EBS 사장 출신인 고석만 본부장은 EBS 사장 자리도 벗어던지고 MBC로 다시 왔다. EBS 구성원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서까지 온 이상 뭔가 획기적인 기획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고  본부장에게도 이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고 본부장은 EBS 사장 재직 시절 1주일 동안 다큐멘터리만을 방영한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1950년대 이후 문인들의 발자취를 드라마 형식으로 옮긴 'EBS 문화사 시리즈' 등 참신한 기획물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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