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베일에 가려 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영역별 문항 결정 방식 등 출제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매뉴얼이 처음으로 발간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정강정)은 수능시험 각 영역의 시험목표와 내용, 출제지침, 문항 개발 과정 등을 예시문항과 함께 자세히 소개한 `수능시험 출제 매뉴얼'을 발간, 전국 고교에 배포하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www.kice.re.kr)에도 탑재했다고 10일 밝혔다.

수능 매뉴얼 제작은 2004학년도 수능시험에서 복수정답 파동 등으로 홍역을 치른 교육인적자원부와 평가원이 지난해 `수능시험 출제·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약속했던 것.

매뉴얼은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7개 영역별로 나눠 발간됐다.

평가원은 이 매뉴얼이 수험생은 물론 학교 단위 모의시험, 시·도교육청 주관 연합학력평가, 수능 모의평가 등의 출제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예컨대 언어영역 매뉴얼에는 듣기, 읽기, 쓰기 등 내용영역 및 어휘·어법, 사실적 사고, 추론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등 행동영역의 평가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고 `문항 자체의 해석에 어려움이 있거나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항은 배제한다'는 등의 출제 지침도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출제 절차도 세세하게 공개됐다.

문항출제 과정에서는 `단순 사실이나 주장을 평면적으로 담고 있는 지문보다 필자의 주장이 입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지문을 선정한다'거나 `1종, 2종 각 과목 교과서 글도 지문으로 사용한다'는 등의 원칙이 적용되고, 출제자는 지문 선정 의도와 장·단점, 문항 출제 가능성에 대해 다른 출제자가 납득하도록 설명해야 한다.

출제와 병행해 검토 작업이 진행되는데 출제 전반과 관련해서는 `시중 참고서나 모의고사, 학원교재, 신문 등에 그대로 출제된 문항은 없는가', `난이도와 변별도는 적절한가', `특정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가' 등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

아울러 문항 및 답지는 `정답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조건이 모두 포함돼 있는가', `정답이 특정한 문항에 편중돼 있지 않은가', `답지는 논리적 순서에 따라 배열돼 있는가' 등을 검토한다.

출제·검토위원들은 정답이냐, 오답이냐에 따라서도 `묻는 내용을 잘 모르는 학생도 금방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너무 뻔한 답지가 아닌가', `지문이나 문제와 관계없이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정답에 비해 너무 눈에 띄는 오답은 없는가', `오답의 매력도가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등을 고민한다고 매뉴얼은 설명했다.

매뉴얼은 이어 모의고사나 본고사 등에서 실제 출제됐던 문항을 예로 들고 출제 및 검토위원이 어떤 의견을 나눠 문제를 최종 결정했는지 소개했다.

수리 등 다른 영역의 매뉴얼도 비슷한 내용의 출제과정과 함께 내용·행동영역별 예시 문항이 처음 어떻게 제안돼 어떤 의견 조율을 거쳐 어떤 식으로 최종 확정되는지 보여준다.

평가원 관계자는 “매뉴얼은 출제·검토위원들이 한달간 외부와 완전 격리돼 합숙하면서 시험을 출제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며 “수험생들은 매뉴얼을 숙지하면 출제의도 등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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