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경간 폭 문제로 시끄러웠던 인천공항 제2연륙교가 이번에는 명칭 문제가 화두로 떠올라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야기의 발단은 제225회 `새얼아침대화' 석상에서 이윤성 국회의원이 다리의 명칭이 `제2연륙교'니 하는 식의 지극히 무뇌적(無腦的)이고 인간의 체온이 통하지 않는 삭막하고 의미 없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벽창호 같은 사람들을 상대로 우리가 교각 폭을 넓히는 일에만 전적으로 에너지를 쏟아 부어 몰두하는 바람에 그 중요한 다리의 명칭에는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었는데, 이 의원이 그야말로 적절한 시기에 참으로 적절하게 문제 제기를 해서 우리의 관심을 돌려놓았던 것이다.

       

교각폭에 신경쓰다 명칭에 무관심

실제 다리 이름 하나가 무어 그리 대수로워 호들갑인가 하는 의견도 있겠으나, 그것이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고 주장한다. 이름 곧 명칭은 `어떤 존재가, 스스로 존재하고 있는 자신의 총계(總計)와 양태(樣態)를 나타내는 일컬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름은 `평가나 가치, 또는 그에 따른 영광, 명예, 영예'이면서 또 `남을 대하는 떳떳한 처지, 체면, 체통'의 일컬음인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이름인데 우리는 종종 아주 무성의하고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기막힌 명칭(이름) 앞에서 실소하게 된다. 물론 사람의 성명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으나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우리 주위의 지명이나 공공물의 경우를 살펴보자. 특히 인천의 행정구역 명칭을 보면 간단히 그 실상을 보게 된다.

다행히 북구가 분구되면서 부평, 계양의 옛 지명을 회복하는 바람에 좀 덜한 느낌이지만, 탁상에 앉은 그네들이 도대체 얼마나 무뇌였으면 도시의 행정구역을 그저 단순히 동, 서, 남, 북으로 갈라놓았을까. 혹여 그것이 방향이나 제대로 맞았다면 그나마 할 말이 없을 터이나, 지금 동구가 과연 제 방위에 앉아 있으며, 어디서 보아서 서구가 서구인가. 한번 이름이 지어지고 나면 그것을 고치기가 결코 용이하지 않다. 이미 세상에 알려져 회자된 명칭을 바로잡으려면 시간적으로 오랜 세월을 요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때문에 행정구역 명칭이든 건조물의 이름이든 붙이기 전에 숙고하고, 숙고하고, 또 재숙고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제2연륙교도 `제2의 연결 다리'라는 식의 죽은 무생물의 이름을 붙여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면을 염두에 두고 현재 몇몇 문인, 학자들을 중심으로 가장 심도 있게 거론되고 있는 명칭이 곧 `황해대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매우 적합하며 우리 인천에 세워질 다리의 이름으로 더없이 의미 있다는 생각이다. 왜 그런가? 황해가 역사적으로 우리 바다이면서 또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이름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한국이나 중국이 세계 해양을 크게 호령한 민족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우리는 저들 중국보다는 월등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로 앞서 황해를 경영해 왔고, 오늘 우리 인천이 다시 황해 경영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인이 공인하는 `황해' 챙기자

혹자는 `황해(黃海)'의 `누름'에서 `황허(黃河)'의 물빛을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순수하고 순진하게 `서해(西海)'를 고집할 지 모른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의 동북공정을 보라. 그 위대한 대국 고구려가 일개 촌락쯤으로 전락하고 말지 않던가. 그러니 서해가 얼마나 협량한가. 우리도 눈을 크게 뜨고 선수(先手)를 치자. 역사적으로 모든 세계인이 `Yellow Sea'라고 공인하는 마당에 물 이름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이 기회에 우리의 교량, 선박, 지명 따위에 모조리 `황해 자'를 붙여 통째로 황해를 차지하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는가. 이름은 `평가나 가치, 또는 그에 따른 영광, 명예, 영예'이면서 또 `남을 대하는 떳떳한 처지, 체면, 체통'의 일컬음인 것이다.

김윤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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