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1쯤 될까?
   

17일 개봉하는 '잠복근무'는 코미디와 액션, 로맨스가 6:3:1 정도로  적절하게 섞여있는 영화다. 적어도 팝콘이나 오징어를 사다 들고 객석에 등을  파묻은 채  부담없이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가장 '믿음'이 가는 여배우인 김선아가 등장하는 데다, 코믹과  액션이  적절히 뒤섞여 있고, 풍부하고 알찬 에피소드들에,  제 몫을 충분히 해내는 조연들의  연기까지, 상차림이 풍성하니 7천원의 관람료가 아깝다는 식의 실망감이 관객의 입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학창시절 문제아였으며 경찰이 되서도 사고뭉치이며 결국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 그 문제아적 '성깔'로 학교를 평정하는 여형사 캐릭터는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설정. 여기에 실은 경찰이 꿈이었던 담임 선생님을 연기하는 박상면과 조카가 항상 불안하기만 한 삼촌 천반장역의 노주현,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어 낸 오광록 등 조연들의 매력도 풍성하다.
   

다혈질이지만 사고뭉치인 '문제적' 여형사 천재인(김선아)은 자신의 직속상관이자 삼촌인 천반장(노주현)으로부터 여자 고등학교에 학생으로 잠입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임무는 이 학교의 우등생 차승희(남상미)와 친해져 그녀 아버지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 아버지 차영재(김갑수)는 폭력조직의 소탕을 위해 법원에 증언을 할 중요 참고인이다.
   

'지옥 같았던' 고등학교 생활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데, 한 술 더 떠 재인은 잘못된 설정으로 이제 우등생 행세까지 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이 학교에 있던 '기존의'  문제아들은 재인의 학교 생활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담임선생님의 배려도 일을 더 꼬이게 만든다. 친구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승희와 친해지는 것도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이렇게 '뻑뻑한' 학교 생활을 하던 중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청량음료 같은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몸짱에 매너도 좋고 싸움까지 잘하는 강노영(공유)이다. 승희와 재인의 주위를  맴도는 노영. 하지만 그 역시 학생 같지 않은 수상함을 지니고 있다.
   

뻔한 재료에 흔한 공식의 상업영화이지만 영화는 상당량의 웃음과 어느 정도의 액션, 그리고 약간의 감동이라는 의도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만한 매끄러움을 갖췄다.
   

곳곳에 억지스럽게 짜 맞춰진 설정과 인물, 과장된 에피소드들이  숨어  있지만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까지는 아니다. 적어도 객석 등받이에서 등을 떼지 않는 이상,그리고 그 정도의 억지를 '그냥 웃자고 보는 영화니까'라며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센스'를 갖췄다면 만족하고 극장문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첫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평가받는 '퇴마록'을 만들었던 박광춘 감독이 2002년 '마들렌' 이후 3년만에 내 놓은 신작이다. 111분. 15세 관람가.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