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하는 영화 「스토커」(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의 원제는 'One Hour Photo' 즉 '현상하는데 한 시간 걸리는 사진'쯤으로 해석된다.

'스토커'라는 제목 때문에 이 영화를 이유없는 싸이코가 등장하는 그렇고 그런 영화로 오해해서는 안될 것 같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부상자 한 명 발생시키지 않는 이 스릴러 영화는 피 한방울 보여주지 않고 시종일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한다.

쇼핑몰 내의 사진 현상소 직원 싸이는 혼자 사는 중년의 남자. 여자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으며 수년간 휴가 한 번 안 갔을 정도로 별다른 즐거움 없이 살아가는 그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10년 단골 니나의 가족 사진을 훔쳐보는 일이다.

사진 속에 자신의 모습을 끼워 넣고 가족의 일원이라는 망상을 하며 자신이 현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감을 즐기는 싸이. 그는 우연을 가장해 니나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아들 제이콥에게 장난감을 선물하는 등 끊임없이 이들 가족의 주변을 맴돌지만 결코 니나 가족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싸이는 어느날 아무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던 그의 '취미생활'을 그만둬야할 처지에 놓인다.

그의 평범하지 못함을 눈여겨보며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쇼핑몰 매니저가 싸이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 게다가 싸이는 니나의 남편 윌의 외도 장면이 들어있는 사진을 목격하고 분노하기 시작하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 것은 감독이 싸이를 마냥 정신이상자 악역으로만 남겨두지 않기 때문. 사진현상이라는 자기일에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고 기껏 현상액을 버리는데 핵 발전소에서나 사용될 법한 특수복장을 사용하는 등 남과 다른 행동으로 '왕따'를 당하는 싸이는 사실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한바탕 소동을 부린 후 경찰에 잡혔을 때 그가 중얼거리는 "사진만 찍었을 뿐인데…"라는 말처럼 사실 싸이는 남을 헤치기보다는 외로움에 힘들어할 뿐이다.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가 아닌 싸이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

「인썸니아」에서 이미 악역으로의 연기변신을 보여준 로빈 윌리엄스는 평범한 사람도 '싸이코'도 아니며 관객들에게 두려움과 연민을 동시에 주는 싸이라는 인물을 소름끼치도록 섬뜩하게 보여준다.

시나리오와 함께 연출은 맡은 감독 마크 로마넥은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니나역의 코니 닐슨은 「데블스 애드버킷」에서 악마의 딸로 출연한바 있다.

인터넷 영화전문 사이트 IMDB(Internet Movie DataBase)의 네티즌 별점에서는 10점 만점 중 7.6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눈썰미가 있는 관객들이라면 TV시리즈 「E.R」에 닥터 벤튼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에릭 라 살레)가 싸이를 쫓는 형사역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에 반가워할 수도 있을것 같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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