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 사진과 나체 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이 처음으로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문제의 합성사진은 초등학생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도 올려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붙잡힌 사람들 가운데에는 10대들도 많았다. 이와 같은 범죄는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전통적으로 개인정보를 지칭하는 용어로는 프라이버시가 사용되어 왔다. 프라이버시권은 19세기 말 이래 미국에서 발달해 온 개념이다. 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프라이버시의 개념이 `개인 사생활의 보호'라는 소극적인 측면에서 `개인정보의 통제'라는 적극적인 측면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침해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프라이버시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로 대두하게 된 이유는 컴퓨터의 보편화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에 기인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침해 유형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이 있다. 각종 목적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는 각 기관전산망의 연결로 인해 쉽게 교환되거나 전파되어 본래의 수집목적 이외의 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망이 상업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정보프라이버시의 문제는 사생활이나 오해를 낳는 정보의 공개보다는 개인정보의 무단사용과 개인정보의 악용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즉, 인터넷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은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취득이 용이한 점을 이용하는 형태의 프라이버시 침해인 것이다. 또한 개인이 이용하는 은행, 신용카드회사, 각종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과 전자자금이체시스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된 개인의 신용정보와 금융정보의 유출은 신용사기 및 금융사기와 직결된다.

이외에도 사이버 공간에서의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되는 분야는 환자기록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진행되고 있는 의료계, 고용정보의 데이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계 및 유해한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등 컴퓨터 네트워크화가 되어 있는 모든 사이버 공간에서의 네티즌은 개인정보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이제 현실세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3의 매체로 성장했고 사이버 문화는 현실문화를 대체, 혹은 보완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사이버 공간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방종과 이에 따른 규제의 악순환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을 최대한 살릴 것인가 하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하겠다.

고려해야 할 문제는 지나친 프라이버시 보호로 인해 전자상거래를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네티즌의 권리와 의무의 효과적인 조화를 통해 바람직한 사이버문화 창달이 정보복지국가의 달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윤리교육에 토대를 두고 법적인 규제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이버윤리 교육과 새로운 사이버 의식개혁을 전제로 한 사회 캠페인도 필요하다.

사이버 공간의 미래는 저속하고 이기적인 가치관이 아닌 건전한 윤리의식을 소유한 네티즌들이 주체가 되어, 사이버 공간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요람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인터넷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네티켓운동이나 그린리본운동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즉, 무조건적인 `표현의 자유'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수반되는 `책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수범(인천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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