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사건들이 TV와 신문을 장식하고 있어서 도대체 나라꼴이 어찌되려는지 혼란스럽다. 수 년전 한 기업의 흥망을 쥐락펴락하던 재벌총수가 외국국적 신분으로 고국을 찾았다. 이 정권 중반에 무엇을 기대하고 귀국하였을까. 이미 정부측과 물밑작업이 이루어졌다는 보도가 있긴 하지만 스스로 인정했듯이 실패한 기업인으로서 시민사회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까. 또한 재계를 주름잡던 재벌이 누려온 권력과 기득권을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지, 검찰의 수사가 투명하게 공개될지 주목된다. 6년 전의 엄청난 혼란의 시기를 또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우리사회 도처에서 일어나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 이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갈등과 혼란으로 볼 때 결코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 경제살리기 명분의 엄청난 토건산업이 온 나라를 건축 붐과 투기열풍으로 멀쩡한 땅과 국민들을 투기꾼으로 내몰고,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이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인 양 의회의 동의도 없이 굴러온 돈을 내주머니 넣듯 약속을 남발한다. 주는 자 받는 자, 네 돈 내 돈 가릴 것 없이 쓰다가, 안되면 싫은 소리 한 두 번 듣고, 이런저런 명분으로 아쉬운 소리하다 시간 지나면 조용해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렇게 돈 잔치할 때 시민들은 빠듯한 통장에서 꼬박고박 빠져나가는 세금을 보며 내가 쓴 공공요금 납세의 의무를 저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수에 밝아 계산기 두드릴 능력도 안된다. 회사 사정 뻔히 아는데 더 달라 요구하면 오래 못가 쪽박 찰것이라는 것도 뻔히 안다. 정부가 공공요금 수시로 인상해도 꼬박꼬박 납세의무 지키고, 부모 노릇하려 무리한 교육비도 부담한다.

그래서 그런가. 이러다 불만 있으면 집회라도 할 수 있고, 폭로전에 안되겠다 싶으면 자리깔고 드러누울 권리도 행사해본다. 우리가족보다 5~6배 많이 받는 엘리트 노동자도 월급 깍자는 소리에 기절초풍하며 가만두지 않겠다 큰소리치는 세상인데 그것 못할까. 이런 때 노동자 탄압한다는 빌미 제공하면 옳든 그르든 원하는 것을 확인할 때 까지 싸워도 든든한 지지자 있어 깨질 위험도 없으니. 이렇게 높은 직간접 비용을 부담하는 시민인데 설마 국가가 우리를 저버릴라구.

그러고 보면 참으로 시민들은 속도 좋다. 인건비는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세계에서 높다고 한다. 땅값도 세계에서 유래 없이 비싸다. 대한민국 팔면 캐나다 6개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국가라고 한다. 도무지 끝도 없이 올라가는 비용에 누가 얼마나 이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것인지, 참 좋은 나라 살고 있나 자문해 본다.

그런데 한숨만 나오는 것은 이런 현상들은 나만 잘 살고 보자거나 나만 피해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우리사회 투쟁의 산물이 아닌가. 우리 집단의 이익만 보장되면 그만이고, 그래서 안되면 모두 피해자만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다 많은 사람 죽음으로 몰고는 이젠 마치 뭔가 선심을 쓰는 척 한다거나, 국민의 화합과 경제활성화를 위한다며 마구 풀어 헤쳐 놓고는 뒷수습에 혼란만 조장하질 않나, 갈등과 상처를 극복하자고 대안을 제시하면 조직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서로 생채기 내질 않나 뭐 하나 속 시원하게 서로 소통하는 것이 보이질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것은 수 십년간 속고만 살았다는 생각에, 그들을 신뢰할 수 없도록 하는 기득권에 대한 강한 불신, 그래서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위, 아래 할 것 없는 불신이 대물림되고 있는 결과가 아닌가 한다.

한 세대가 지나면 바뀔수 있을까.


박인옥(공존사회를 모색하는 지식인연대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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