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The Lord of Rings)」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두 개의 탑(Two Towers)'이 19일 선보인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좀 더 열었다"는 제작자의 표현대로 전편 `반지원정대(TheFellowship of the Ring)'에 비해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177분의 러닝타임을 느끼지 못할 만큼 쉴새없이 이어진다.

영화의 첫 장면은 `절대반지'를 지닌 프로도(엘리야 우드)의 환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지하동굴에서 용과 싸우다가 계단에서 추락한 간달프(이안 매컬린)는 끝없이 땅끝으로 떨어지면서도 칼로 용의 숨통을 노린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간달프가 결정적인 순간에 회생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편은 프로도의 호빗족 친구 메리와 피핀이 우루크하이 군대에게 붙잡혀가자 아라곤(비고 모르텐슨) 일행은 이들을 찾아나서고 프로도와 충직한 친구 샘(션 어스틴)은 운명의 산 모르도르를 향한 여정을 재촉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들의 행로를 좇아 이야기는 크게 세 가닥으로 나뉜다. 프로도와 샘은 길을 잃어 헤매던 중 골룸에게 반지를 빼앗길 뻔한다. 골룸은 프로도의 인자한 성품에 반해 그를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맹세하며 길잡이로 나서지만 반지를 빼앗고 싶은 욕망을 이기지 못해 갈등한다.

인질로 끌려가던 메리와 피핀은 로한왕국 후계자 에오메르가 이끄는 기병대와 전투가 벌어지자 `나무수염'이라는 엔트족에 의해 구출된다. 이들은 인간족이 멸망하면 중간계의 숲도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역설해 엔트족의 도움을 이끌어낸다.

2편의 사실상 주인공은 프로도가 아닌 아라곤. 그는 간달프의 도움을 얻어 악의 마법사 사루만(크리스토퍼 리)의 꼭두각시가 돼 있던 로한왕국 세오덴왕의 전의를 일깨운 뒤 엘프족 궁사 레골라스, 난쟁이족 전사 김리와 함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한편 악의 화신 사우론은 오르상크와 바랏두르 두 개의 탑을 통합한 뒤 사루만이 이끄는 3만 대군을 앞세워 로한왕국으로 진격한다.

피터 잭슨 감독의 재능은 2편에 이르러 비로소 만개한 듯한 인상이다. 1편에서는 뉴질랜드의 대자연과 웨터 워크숍 등의 특수효과를 적절히 활용해 J.J.R. 톨킨 원작소설의 팬터지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에 머물렀다면 2편에서는 원작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화면을 창조해냈다.

특히 헬름협곡의 공성전은 지금까지 스크린에서 보여준 어떤 전투장면보다 흥미진진하다.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생생한데다 전투상황 전개도 월드컵 이탈리아전을 보는 것처럼 가슴을 졸이게 한다. 걸어다니는 고목 엔트족의 막판 가세로 전세가 뒤집어지는 대목이 오히려 사실감을 떨어뜨려 아쉬울 정도.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아라곤을 비롯한 반지원정대가 사루만의 늑대부대와 벌이는 기병전도 관객의 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주인공 엘리야 우드는 전편의 다부진 모습에서 의지가 점점 박약해져 번민하는 성격을 훌륭하게 연기해냈고 모션 캡처를 통해 창조된 골룸의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2편에서도 레골라스 역의 올랜도 블룸과 아웬 역의 리브 타일러는 밋밋한 연기에 그쳤다. 격한 전투를 치르면서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는 블룸의 얼굴에서는 악으로부터 중간계를 지켜내겠다는 전의를 찾아보기 어렵고, 뚱한 타일러의 표정에서는 요정의 특권인 영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인간족 아라곤과 사랑을 이루려는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정도야 옥에 티에 지나지 않는다. 헬름협곡 전투 하나만으로도 「반지의 제왕」 세번째 이야기 `제왕의 부활'을 손꼽아 기다리며 앞으로 남은 1년을 지루하게 보낼 영화 팬들이 적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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