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최근 역대 정권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한 불법 도청행위가 드러나면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부 수사기관의 전화 감청이 최근 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또 다시 인권침해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도청과 감청에 차이는 불법이냐 합법이냐의 차이라 하겠으나 감청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기관들이 과학적 또는 첨단 수사기법의 개발은 뒤로한 채 감청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하겠다. 거기에 한번의 감청요청을 통해 여러 개의 전화번호를 감시하는 끼워넣기식 감청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더욱 그렇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등 수사기관의 전화 감청이 최근 3년간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어저께 정보통신부가 국회 과기정위 소속 김석준 의원에게 제출한 `2002년부터 현재까지 연도별·수사기관별 감청 제공 현황'을 보면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로부터 감청자료를 제공받은 전화번호수는 지난 2002년 3천256건에서 2003년 6천440건, 2004년 9천150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들 감청자료를 문서 건수로 보면 각각 1천528건, 1천696건, 1천613건으로 별다른 증가세를 보이지 않아, 한 번의 감청 요청을 통해 여러 개의 전화번호를 감시하는 끼워넣기식의 감청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놓고 해당 수사기관은 강력범죄 또는 국가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보안범죄의 적발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항변할지는 모르나 이러다가 감청이 만연돼 혹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역시 2002년부터 감청번호수가 검찰과 경찰보다 4배 가까운 8천여 건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정원이 같은 기간 제공받은 문서건수는 각각 800여 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돼 최근에는 한번의 감청 요청으로 평균 10개의 전화번호 통화내역을 감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김 의원측은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 또한 최근 수사기관의 전화번호 감청이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만큼, 국가기관은 이제라도 잘못된 과거는 과감히 청산하고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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