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사이에서 한반도 왜곡묘사 논란을 일으켰던 「007 어나더데이」(원제 007 DIE ANOTHER DAY)가 올해의 마지막날인 31일 극장에 내걸린다.

007시리즈는 냉전기인 62년 첫번째 영화 「007 살인번호」(007 Dr. No)이후 액션 첩보영화의 큰 획을 그으며 한편 한편 나올 때마다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리며 전세계 영화팬들로부터 사랑받아왔다.

90년대 들어 냉전기가 사라지면서 '예전만 같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던 007이 스무 번째 영화인 「007 어나더데이」에서 택한 악의 세력은 북한의 강경 민족주의자들.

한국말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반갑다가도 엉성하게 한국을 묘사한 부분에 대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007시리즈만의 특징을 잘 지켜나가며 화려한 화면을 보여준다.

북한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는 누군가의 배신으로 북한군에 포로로 잡힌다. 갖은 고문에 시달리던 본드는 수개월 후에 포로교환으로 풀려나지만 정보누설혐의로 007의 지위를 빼앗기고 억류당하는 신세가 된다.

홍콩과 쿠바, 런던 등을 오가며 배신자의 정체를 찾아나선 제임스 본드. 어느날 징크스(할 베리)라는 한 여자를 만나고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음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본드는 이 음모에 시에라리온의 보석재벌 구스타프(토비 스티븐스)과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의 뒤를 쫓는다. 구스타프를 따라 아이슬란드의 얼음궁전에 온 본드는 그 곳에서 자오와 마주치는데…

화려한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액션영화가 워낙 많아서일까? 아니면 007을 패러디한 코미디영화들이나 비슷한 류의 첩보영화가 넘쳐나서일까? 「007 어나더데이」는 시리즈의 기본은 하고있는 듯 하지만 예전같은 재미는 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얼음궁전이나 도입부의 파도타기 장면등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음파교환 반지나 투명 자동차, 가상체험안경 같은 007 특유의 개지트(Gadget)의 기발함은 부족한 편이고 무리한 설정도 눈에 띈다.

감독은 마오리족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전사의 후예들(Once a warrior)」로 몬트리올 영화제 4개 부문을 휩쓸며 뉴질랜드의 국민감독으로 떠오른 리 타마호리.

제임스 본드 역은 95년「007 골든아이」이후 이 역을 맡고 있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맡았으며 한국계 릭 윤이 악역 북한군 강경파 요원역으로 출연한다. 본드걸은 「몬스터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할 베리와 신예 로사문드 파이크. 주제가는 마돈나가 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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