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 등 각 언론사 정치관련 기사의 상당 부분이 국회기자실과 회견장에서 나온다. 국회기자실은 정치 기사의 생산공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기자회견장도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먼저 기자회견장을 놓고 힘 겨루기를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지난 9월13일 오전 9시35분. 열린우리당 서울시 지역구 의원 8명이 시세인 담배소비세를 구세로, 구세인 재산세를 시세로 맞바꾸는 세목교환을 설명하기 위해 단상에 섰다. 회견장 안에는 기자들이 앉아 있었고, TV 방송 카메라가 회견 장면을 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회견장 밖에서는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순서를 기다리며 몇몇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9시50분.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열린우리당의 정장선 오영식 의원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전여옥 대변인은 “저 분들이 먼저 온 것 같다”며 순순히 한나라당 사무실로 돌아갔다. 먼저 온 사람이 회견장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날은 먼저 점령한 팀이 우승했다.

정장선 의원은 재경 당정회의 결과를 간단히 설명하고 회견장을 나갔다. 원내 공보담당 부대표를 맡고 있는 오영식 의원이 혼자 마이크를 잡고 고위 정책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오 의원은 브리핑을 마친 뒤 미소를 지은 채 “질문 있습니까? 없으실 겁니다”라고 말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9시55분. 전여옥 대변인이 들어섰다. 방송기자 출신인 전 대변인은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로 주요당직자회의 내용을 브리핑했다. 전 대변인은 대개 같은 내용을 두번씩 읽어준다. 한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기자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전 대변인이 나가자, 이번에는 민주노동당 원내 수석부대표인 심상정 의원이 마이크를 점령(?)했다.(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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