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금배추(?) 판매에 나선 중간 상인들의 얼굴에 희열이 만연하다. 반면, 매년 사회단체나 기초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사랑의 김장김치를 지원받아 겨울철을 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과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최근 중국산 배추김치 기생충 유충발견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국산배추를 이용해 직접 김장김치를 담가보겠다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배추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추 소매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그야말로 올 김장김치는 `금치'로 담가야 할 것 같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옛 말이 있다. 풍요로운 곡식이 넘치는 곳간이 우리의 여유 있는 민심을 대변해 준 것이다. 이처럼 여유 있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우리의 `곳간 민심'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는 우려마저 생긴다. 해마다 김장철만 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의 김장김치 담가주기' 등 훈훈한 민심행사가 줄잇고 있으나 올해는 비싼 배추 값으로 사회단체 등의 부담이 그 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여성단체는 지난해 불우이웃을 위해 정성껏 마련한 배추 1천 포기로 사랑의 김장담가주기 행사를 펼쳤으나 올해는 절반 줄여 500포기 정도만 김장을 담가주기로 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배추 500포기로 김장담가주기 행사를 편 수원의 한 업체도 올해 지난해와 같은 예산을 들여 행사를 갖기로 해 결국 배추 포기 수는 크게 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년에 한번씩 이어지는 배추파동이 뜻밖의 사건으로 우리의 `곳간 민심'을 흔들어 놓고 있어 조금이나마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려운 이웃들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弼〉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