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국내 8개 첨단업종에 대한 내년말까지 수도권공장 신·증설 허용방침과 관련해 경기도가 대책회의와 경제단체 간담회를 잇따라 열어 정부조치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규제완화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한마디로 정부의 이번 발표는 경기도가 요구한 수준에 턱없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손학규 경기지사와 도내 경제단체장 등 20여 명은 엊그제 도청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미흡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허용한 업종이 그 동안 경기도가 요구한 외국첨단기업 허용업종(25개)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며 산업자원부가 지정한 첨단업종(110개)의 7%에 불과한 수준이라니 충분히 납득된다 하겠다. 결국 도내 경제계·노동계·정치계·언론계가 기존 수도권내 첨단대기업의 공장증설을 지역에 관계없이 허용하고 공장신설이 가능한 업종을 확대해 상시 허용할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이번 조치가 내년말까지 한시적이기 때문에 LG 등 5개사 외에 다른 기업들은 시간적으로 신규투자가 불가능해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수긍이 간다 하겠다.

문제는 경기지역의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니 자칫 이러다가는 물리력이 동원되는 사태로 비화되지나 않을 지 걱정스럽다. 게다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번 정부의 방침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토 균형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를 흔드는 사안이라며 충청권, 강원도 등 비수도권 광역시·도와 함께 공동 대응할 움직임이라고 한다. 아울러 이 같은 갈등이 자치단체만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대구·경북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이번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고 경남 출신도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러다간 정부의 이번 방침마저 흔들리게 되지나 않을 지 염려스럽다. 그럼에도 경기지역 입장은 단호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 정부 발표가 족쇄를 푸는 게 아니라 풀려고 하다만 수준이라는 게 지역정서인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경쟁력이 세계 각국에 비해 저조하다는 조사 결과가 얼마전 보도됐다. 정부는 이를 유심히 통찰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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