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8개 첨단업종에 한해 수도권지역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은 94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가 정책결정 과정에 묻어있던 정치적 요인을 제거하고 서둘러 경제논리로 돌아온 것은 환영할 만하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이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한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에 따라 초래될 수 있는 수도권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것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이렇게 허용할 요량이었다면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했어야 마땅하다. 이는 결국 정부가 수도권 및 지방균형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갖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경기도가 대한민국 첨단기업 허브로의 자리매김은 주지의 사실이 됐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초 LG는 3조5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인가를 해주지 않자 절반으로 규모를 줄였다고 한다. 허용업종도 외투기업의 25개 첨단업종에 비해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또 이번 결정의 유효 기간을 내년 말까지로 제한하는 한편, 사안별 허용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는 글로벌기업간 기술혁신 전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다시 말하면 투자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투자정책 결정의 경우 우선순위에 융통성이 있어야 하며 결정과정은 더욱 신속해야 한다. LCD 공장의 신·증설 허용을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세계 2, 3위기업의 추격에 쫓기게 됐다는 사실은 이런 필요성을 말해 준다 하겠다.

사실 국내 기업에 대한 수도권 공장건설 규제는 대표적 역차별 규제라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게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 기업에 특혜는 주지 못할망정 적어도 외국 기업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공장입지까지 불이익을 주면서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내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하면서 성장잠재력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첨단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 어려운 경제여건 극복과 부족한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한시적이거나 부분적 개선이 아닌 외투기업 허용업종 수준의 신·증설 상시허용 등 근본적인 제도정비를 즉각 서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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