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8·31부동산종합대책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입법이 순탄치 못할 것 같아 몹시 걱정된다. 정부가 여러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표한 대책이고 부동산시장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이미 상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터에 관련 입법이 지연되거나 대책의 골간이 크게 바뀌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리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된다. 정치권은 부동산 투기가 다시는 이 땅에 발 붙일 수 없는 강력한 제도를 만들라는 게 온 국민의 여망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정은 영 딴판인 모양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여당과 타협은 없을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와 열린우리당도 8·31대책 추진에 흔들림이 있을 수 없다며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현행대로 주택 9억 원, 나대지 6억 원으로 유지하고 가구별 합산 과세에 대한 예외 인정을 확대하자며 부동산 입법을 내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는 강경 투쟁도 불사할 태세다. 거래세도 개인간 주택 거래뿐 아니라 모든 거래에 대해 0.5% 포인트씩 내리고 장기적으로는 아예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해 8·31대책의 핵심 사안들이므로 절대 손댈 수 없다는 인식이어서 양측의 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주요 원인의 하나가 바로 타협을 모르는 문화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부동산 입법마저 그래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의 주거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야가 견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입법 시기를 놓치거나 아예 무산시켜 버린다면 그 피해는 몽땅 국민이 뒤집어쓰게 마련이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광풍이 몰아치는 일이 없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지혜를 짜낼 때다. 한나라당도 부동산시장에 문제가 많다는 점은 인정하는 만큼 무조건 반대만 고집할 게 아니라 8·31대책의 기본 정신을 살리는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특히 내년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되면 지금의 기준시가보다 집값이 훨씬 높게 잡히는 데도 종부세 부과 기준을 6억 원으로 낮추면 과세대상이 지나치게 많이 늘어날 소지가 크다는 주장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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