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살고 있는 이해인 수녀가 3년만에 신작 시집 「작은 위로」(열림원刊)를 냈다.

"우울한 날은/빨래를 하십시오/맑은 물이/소리내며 튕겨울리는/노래를 들으면/마음이 밝아진답니다"('빨래를 하십시오')라거나 "간장을 뜨면서/침묵의 세월이 키워준/겸손을 배우고//고추장을 뜨면서/맵게 깨어 있는 지혜와/기쁨을 배우고//된장을 뜨면서/냄새 나는 기다림 속에/잘 익은 평화를 배우네//마음이 무겁고/삶이 아프거든/우리집 장독대로/오실래요?"('장독대에서') 같은 구절들을 읽다보면 시집의 제목처럼 '작은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든다.

이번 시집에 실린 70여편의 시는 이해인 수녀가 지난 여름 새로 옮긴 수도원의 작은 수방(修房)에서 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수방 가까이 있다는 푸른 솔숲의 맑은 솔향기가 책갈피 사이로 흐르는 듯하다.

시인은 "임종을 앞둔 선배 수녀님이 '한 세상을 살다보면... 사람들에게 베푸는 작은 인정, 작은 위로가 제일이에요'라고 되뇌던 모습을 그리며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시집을 내놓는다"고 책머리에 적어놓았다. 164쪽.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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