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두살배기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미혼모 임산부에게 `새로 태어난 딸을 잘 키우는 것으로 죽은 딸에 대한 책임과 속죄를 대신하라'며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최종갑 부장판사)는 자신이 낳은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기소된 A(29)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신의 딸 죽음을 초래한 결과가 무겁고 죄질도 중해 실형선고가 마땅하지만, 유부남의 신분인 동거남이 다른 여자를 만나며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을 비관해 술을 마시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일체를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구속기간 중 낳은 새 딸이 건강하게 커 나가려면 어머니의 존재와 온전한 가정의 울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피고가 새로 태어난 딸을 잘 키우는 것으로 죽은 딸에 대한 책임과 속죄를 대신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회의 안정을 수호하려는 법의 정신과 목적에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9월27일 새벽 수원시 자신의 집에서 동거남이 생활비도 주지않고 열흘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자 술을 마시던 중 잠에서 깨어 우는 딸(생후 20개월)을 손으로 때리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게 해 중태에 빠뜨려 결국 이틀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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