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화려한  스크린데뷔식을 치른 조한선(25).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4월의 키스'와 '좋은 사람'을 통해 당시 주목받는 신예로 급부상했다.
   
그런 그가 2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후 13일 개봉한 멜로 영화 '연리지'로 돌아왔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혜원(최지우 분)을 진실로 사랑하는 민수 역을 맡았다.  민수는 잘 생기고, 돈 많은 전형적인 플레이보이지만 혜원을 만나 진실한 사랑에 눈을뜨고 애끓는 사랑을 한다.
   
개봉날(13일) 만난 조한선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느닷없이 불면증이  생겨 잠을 못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창 활동해야 할 시기에 이러저러한  이유(공개되는 것은 꺼렸다.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로 2년 간의 공백기를  자의반타의반으로 갖고 난 후 첫 작품이기에 예민해져 있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터.
   
조한선은 "영화를 보니 다른 배우들은 다 잘한 것 같은데 내 연기만 아쉬운  것 같다"고 표현했다.
   
"민수의 아픔이 뭔지, 본질이 뭔지, 보여주려고 하는 게 뭔지, 그런 것들을  잘 모르고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배우는 자신의 단점만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조한선은 연기활동을 꽤 쉬었음에도 '연리지'에서 예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연이어 작품에 출연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욱 '전도유망한 신인배우'로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민수가 전형적인 멜로 영화의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에 끌렸어요. 아픔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랑을 키워가죠. 지금까지 만나왔던 스타일이 아닌 혜원을  만나면서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되는 인물입니다."
   
영화를 보면 민수와 관련해 예고편이나 홍보문구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극적인 설정이 등장한다. 민수는 이 사건 뒤부터 가볍게 살아왔던 생활에서 벗어나  진지하고 적극적이 된다.
   
"영화 촬영이 순서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시나리오에 집중했고, 촬영분을 보면서 감정을 유지했습니다. 최지우 선배가 큰 도움을 줬어요."
   
처음에는 민수의 캐릭터를 두고 김성중 감독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민수의 성격을 확실한 행동과 대사로 표현하자고 했고, 조한선은 굳이  대사로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렇지만 점점 더 민수가 돼 갔습니다. 촬영이 계속되면서 최지우 선배도 그저 혜원으로만 보이더군요. 혜원이가 아프면 제 기분도 우울해지고,  혜원이가  죽음을 앞둔 상황이 되니 눈물이 나고, 슬펐어요."
   
상황에 빠져들게 되자 고교 시절 첫사랑과 '늑대의 유혹'이 끝난  후  시작됐던 두번째 사랑(그녀와는 헤어졌다)에서 얻은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작품  속  캐릭터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연기하게 됐다는 것.
   
2년 동안 뭘 했느냐고 물었다. "놀았어요"라는 단순 명쾌한 답이 온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큰 시련을 겪기도 했고, 배우로서도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그가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것은 팬들에게는 상당히 알려져 있다. "같이  운동했던 친구들과 술도 엄청 마셨죠. 돈이 없으니까 친구들한테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내가 돈 벌 때는 내가 샀으니 이젠 너네가 사라'고 말했습니다."
   
'늑대의 유혹'이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되레 그에게는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그때까지 배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오로지 인기와 멋에 겨워 산 거였죠 그러면 그럴수록 제 연기는 딱딱해 보였습니다. 영화가 히트했는데도 전 그냥  힘들었어요."
   
배우로서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연기는 발전하는 듯하다. 그는 '연리지'를 찍고 난 후 곧바로 영화 '열혈남아'에 캐스팅돼 설경구, 나문희 등 쟁쟁한 선배와 호흡을 맞췄다.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이젠 멋있는 것, 눈에 힘주는 것 안하려구요."
   
가능성 있는 신인으로 재탄생한 조한선의 현실적인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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