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종로 1번지와 여의도동 1번지간의 거리가 너무나 멀리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당과 청와대간의 사학법 재개정문제를 놓고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지난 2002년 5월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한 토론회에서 “(DJ)대통령과 야박하게 차별화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노풍'의 위력으로 여당 후보가 된 노 대통령이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시험하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당시 선거에서 여당의 최대 악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의혹이었다. 노 후보 주변 사람들은 “DJ와 적절한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고 주문했다.
 
대선때만 되면 `여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도모해온' 것은 부지기수였다. 노태우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김영삼 후보가 노태우 전 대통령을, 이회창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밟고' 갔었다. 그러나 노 후보는 끝내 야박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DJ의 계승 발전자'임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영남 출신 후보였던 그로서는 민주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인 호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만 4년이 흐른 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문제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라는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정동영 의장이나 김근태 최고위원은 물론,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까지도 “당은 당의 입장이 있다”, “사학법 재개정은 있을 수 없다”며 사실상 의견을 통일했다.

내년도 대선을 1년 반 가량 남겨 놓은 시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 대선 예비주자들이 `전략적 차별화'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당쪽의 전략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많다. 노 대통령의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보' 카드를 거부한 것은 당이었지만, 제시한 쪽은 노 대통령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할 정도로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중시한다. 더욱이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극복하면서 한·미 FTA, 부동산대책, 양극화 해법 등 주요 정책들을 추진하려면 야당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 경호권까지 발동해 통과시켰던 여당의 대표적 개혁입법인 사학법에 대해 노 대통령이 여당내의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재개정을 주문한 것은 `탈당'까지도 각오한 향후 정국 운영 카드의 일단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차별화'건 `탈당'이건 아직은 본격화 단계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어찌 됐든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간의 거리는 유행가 가사처럼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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