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일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지라 각종 언론기관들은 정당별 지지율이나 예상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율, 후보자들의 선거공약 등 선거관련내용을 앞 다투어 보도하는 등 전국이 선거열풍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야 각 정당은 나름대로는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내세우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금품의 수수, 경선이나 심사에 있어서의 불공정 등 공천과 관련된 잡음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공천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후보자 선출이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하게 이루어졌다며 그 동안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정당을 비난하고 급기야는 탈당해 철새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정당의 후보로 선거에 참가하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돼 상대방의 약점을 여과 없이 노출시켜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선거에서부터는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은 해당선거에는 입후보할 수 없도록 선거관련법이 개정되어 일단 이와 같은 현상은 사라질테지만 선거에 뜻을 둔 사람들에게는 공천과 관련된 불만은 계속될 수밖에는 없다.

왜 선거에 나서려고 하는 사람들은 정당의 공천을 받기를 원하는 것인가. 이는 말할 것도 없이 현대민주정치에서 있어 정당이라는 단체가 차지하고 있는 힘 때문일 것이다. 과거 어느 지역에서는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지역 선거에 있어 그 정당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현대민주정치는 국민의 지배를 의미한다. 즉,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권자이다. 그러나 국민이 국가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 같은 국민주권을 현실적으로 가능케 하는 조직이 바로 정당이다. 후보자의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고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일지라도 무소속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거는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지지하는 표, 소위 조직표라는 것이 당락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당후보에게는 어느 정도의 조직표가 있기 마련이다.

이와 같이 현대민주정치에 있어 정당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당의 역할은 실로 중요해 정당에 관해 헌법과 법률에 규정해 놓고 있다.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서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결국 정당은 끊임없이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자를 추천해 이에 뜻을 같이 하는 국민들이 참여토록 해 제시한 정책을 실현시키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정당은 이와 같은 의무는 저버린 채 막강한 힘만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여야 정당 모두 우두머리에 대한 충성도나 금품으로 공천여부가 결정됐고 선거에 나가려는 사람은 이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마땅히 선택할 정당이 없어 투표에 참가하지 않거나 어쩔 수 없이 그중 하나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일이 반복되어 각 정당의 이와 같은 비민주적인 요소가 근절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들어 각 정당이 후보자 선출의 잣대로 당원 및 일반국민의 여론을 일부 반영하는 것을 보면 다소 미흡하기는 하나 과거와는 달리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당이 변하지 않고는 우리의 선거문화가 바뀌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국민 주권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각 정당은 이번 선거를 책임있는 정책대결의 장이 아닌, 상투적인 구호, 상대방 흠집내기, 감정에 호소하는 대결의 장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를 선출하는 선거로서 그 지역의 특성에 맞고 그 지역의 주민들이 원하는 인물이 당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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