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5·31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이 참가하는 각종 토론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으나 정작 이를 듣고 평가해야 하는 유권자의 반응은 냉담에 가까워 출마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후보자들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라디오나 TV, 신문 등을 통해 열리고 있는 후보자 토론회 상당수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권자들의 후보자 토론회 외면 현상이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하겠다. 더구나 앞으로 보름여 남은 선거운동기간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4년간 지역을 위해 일할 지역일꾼 선출 선거가 자칫 정당과 후보자들 간 힘겨루기로 끝장내는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 있어 걱정이다.

실제 인천지역의 경우 며칠 전 인천시장 예비후보자 4명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합동토론회가 열렸으며 이에 앞서 열리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후보자 모두 각각의 대담토론도 개최돼 모두 라디오 전파를 탔다. 그러나 인천시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같은 시장후보자 토론회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그나마 방송을 청취한 시민들도 방송내용에 대해 적지 않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같은 시민들의 토론회에 대한 실망이나 외면은 일전 방송된 한 TV 합동토론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돼 각 정당은 이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라고 한다. 이미 방송된 지역이나 중앙방송사의 합동토론회 결과야 말로 30%대 투표율을 기록했던 예년의 지방선거처럼 유권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후보자 토론회에 대해 실망하거나 외면하는 주요 원인은 우선 토론회 방영시간대와 토론내용이 아닌가 싶다. 시장후보자 토론회 라디오 방송은 아침 출근시간대로 잡혀 그런대로 청취자가 있었으나 TV의 경우 심야시간대여서 못 본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토론내용을 듣다가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아 이날 합동토론회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제자유구역 건설과 관련한 특정분야에 후보자간 질문과 답변이 쏠린 데다 질문한 뒤 답변을 자르기 위해 실랑이 하는 모습은 답답하다 못해 짜증났다는 평가다.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정책과 논리가 실종된 우격다짐 식 토론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후보자들만 모르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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