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당초 예상대로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그제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집회를 강행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범대위가 과격시위를 벌이지 않고 경찰도 강경진압을 자제하는 바람에 지난 대추분교 행정대집행 때와 같은 대규모 유혈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사실 이날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 범대위는 대추리 집결이 여의치 않자 기지이전터 바깥 본정농협과 이전터 내 대추리 평화공원 등 2곳에서 동시에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과 대치하며 하루종일 산발적인 몸싸움을 벌인 시위대가 그나마 경찰과 맨몸으로 부딪혀 충돌 과정에서 부상자는 경상 5명에 그쳤다고 한다. 경찰도 30여 명을 연행했지만 시위주도자 적극 검거 등 강경진압에 나서지는 않았다. 경찰이 이날 대추리 집회에 대비해 동원한 병력은 184개 중대 1만8천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같은 엄청난 병력 동원은 아마도 최근 들어 최대 규모로 여겨진다. 그 규모가 놀라울 정도다.

문제는 이날 집회가 큰 인적 물적 피해를 비켜갔다고 해도 앞으로 전개될 형국이 걱정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어제부터 기지 이전 예정부지에 대한 측량 실시에 들어갔고 측량작업과 함께 이 달 중으로 지반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맞서 범대위는 지난 4~5일 기지이전터 행정대집행 당시의 시위 진압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을 상대로 인권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서울을 비롯해 부산, 전북 등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를 전국 각지로 확산시켜 `미군기지 확장이전의 부당성'을 홍보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이전터 주민들은 군 철조망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농사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도 않고 결코 양비론적인 입장도 견지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구촌에서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위상을 헤아려 볼 때 이처럼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두 열차가 제동을 하지 않으면 큰 파국은 불가피하다. 정부와 범대위에게 다시 한번 당부한다. 지금까지의 충돌과 갈등으로도 너무 무거운 부담이 국민에게 던져졌다. 정부는 정부대로, 범대위는 범대위대로 이젠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곰곰 숙고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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