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기계음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사랑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정적 멜로디와 가사에 눈물을 흘렸을지도…. 그런가 하면 재치가 번뜩이는 듣도보도 못한 댄스곡으로 유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90년대, 이전까지는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곡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그룹 공일오비(015B)가 10년 만에 7집 음반을 내놓는다.
   
형제로 이뤄진 이 그룹의 형이자 리더 장호일(40ㆍ본명 정기원)은 "컴백을 기다린 팬이 많다는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가 더 그리워했어요. 팬들을…"이라고 반응했다.
   
"세월이 흐르긴 흘렀어요. 저희 홈페이지(town.cyworld.com/015b)에 글을  남긴 팬 홈페이지에 가 보면 아기 사진들이 '턱'하니 걸려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지난 세월을 실감하죠(웃음)."
   
절필하다시피 가수로서의 음악활동은 접었던 터라 컴백이 오래 전 첫사랑을  만나는 듯 설레기도 하지만 부담도 크다고.
   
"첫사랑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잖아요. 괜히 컴백해서 좋은 기억 갖고  있는 팬들 실망시키는 건 아닌지…."
   
◇그 동안 이렇게…
   
장호일은 형제가 같이 하는 그룹이라고 하면 촌스러운 인상을 줄 것 같아  데뷔 초기에는 멤버 정석원이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그는 동생과는 달리 015B 해체 후에도 가수 신성우와 그룹 '지니'를 결성하고 TV 프로그램 단골 패널로 활약하며 간간이 소식을 전했다.
   
최근에는 공연ㆍ음반기획사인 비마인 커뮤니케이션즈를 차려 사업가로도 활동중이다.
   
"너무 진부한 이야기지만 후배를 양성하고 있어요. 신인가수 음반을 준비  중이고요. 드라마 O.S.T도 만듭니다. 좋은 공연도 많이 열 계획이고요."
   
정석원은 형과는 달리 사교적이지 않다.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언론  인터뷰에 응할 만도 한데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 그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석원이 스스로도 자기를 '대인기피증' 환자라고 불러요. 아마 연습실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걸요."
   
정석원은 공일오비 해체 후 지난해까지 캐나다에서 지냈다. 그간 가수 박정현의 음반을 프로듀스하는 등 음악 활동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거의 은둔생활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형은 전했다.
   
"캐나다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 그 지역 뮤지션들과 전혀  교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대요(웃음). 이번에 새 음반을 내는 게  신기할 정도죠."
   
◇앞으로 이렇게…
   
공일오비는 국내에 객원가수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팀이다.
   
"데뷔 때 사람들이 의아해했어요. 그룹에 어떻게 싱어가 없을 수 있냐고요.  어떤 분은 아직도 윤종신, 이장우 같은 객원가수가 모두 공일오비 멤버인 줄 아세요."
   
컴백 음반에서도 역시 객원싱어들이 활약한다. 가수 박정현, 힙합듀오인 다이나믹듀오의 참여가 결정됐으며 공일오비의 '영원한 친구' 윤종신은 스케줄이 빠듯해 '협상' 중이라고 한다.
   
신인가수들도 발탁했다. 윤종신, 이장우, 김돈규 등 공일오비의 객원싱어로  데뷔의 발판을 마련한 가수가 많은 만큼 오디션 경쟁률이 만만치 않았다고.
   
객원 뮤지션들의 면모가 말해주듯 이번 음반의 장르는 R&B, 힙합  등으로  더욱 다양해졌다.
   
"많은 분들이 예전 공일오비의 노래를 추억하신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그건 옛날이니까 좋았던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음악도 변해야죠. 그렇다고 많이 달라진 건아니에요. 공일오비라는 피자의 빵은 그대로인데 그 위에 좀 더 다양한 토핑을 얹었다고 할까요."
   
새 음반을 만들자는 논의는 지난해 말 시작됐고 노래는 올 봄부터  만들어졌다.발매는 7월께.
   
앨범 발매에 앞서 가질 첫 컴백 무대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일오비 콘서트다.
   
"떨리지는 않는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좀 부담이 되네요. 기타 들고  2∼3시 간 서서 노래하는 게 만만치 않거든요. 제가 이제는 나이도  있고…(웃음).  전에는 콘서트 하면 무대를 뛰어다녔는데 이제는 좀 자중하려고요."
   
공일오비는 이번 무대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10년 세월을 팬들과 함께 뛰어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홈페이지에 팬 한 분이 '공일오비가 콘서트를 한다니 공일오비와 팬이 하나가 돼 10년 세월을 뛰어넘는 기분'이라는 글을 남기셨어요. 저희 심정이 정확히 그래요. 10년이 지나도록 잊지 않고 기다려 준 팬과 함께 그 긴 시간을 건너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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