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웃고 싶어 TV  예능  프로그램을보다가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싶어 고개를 갸웃했던 일, 누구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
   
'본 듯한' 예능 프로그램이 넘친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처럼 작정하고 예전의 포맷을 되가져온 것뿐 아니라 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닮은 예능 프로그램도 줄을 잇는다.
   
참신한 소재 찾기가 어려운 것은 드라마나 교양이나 마찬가지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는 일회적인 성격이 강하다보니 선정성과 '엽기'에서 웃음을 끌어오려는 시도마저 심심찮게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일쑤다.
    
◇"어디서 봤더라?"
   
지난달 말 시작된 SBS '일요일이 좋다'의 새 코너 '둥글게 둥글게'.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탁재훈, 박수홍을 비롯해 6명의 출연진이 버저를  눌러  연상되는 답을 내놓는다.
   
어린이가 직접 출연해 문제를 내는 방식은 아니지만  '동심(童心)'이란  소재를 예능 프로그램에 배합, 인기를 끌었던 MBC '전파견문록'을 닮았다.
   
'일요일이 좋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동심을 소재로 한  것은  좋지만 눈에 너무 익다"며 닮은꼴을 지적하는 게시물이 잇따랐다.
   
일요일 오전 방송되는 KBS 2TV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도 1995년부터 6년간  방송된 공개맞선 프로그램 MBC '사랑의 스튜디오'와 흡사하다.
   
일반인 남녀 출연자가 4명씩 나와 춤과 노래 등의 장기자랑을 거쳐 상대를 고르는 방식이 '사랑의 스튜디오'와 뚜렷한 차별성이 없어 '좋은 사람…'만의 색깔이 없다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탔다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16일 첫방송되는 SBS '김용만의 TV종합병원'도 파일럿 방송 당시부터 KBS '비타민', SBS 종영 프로그램 '맨투맨'과 건강을 진단해주는 포맷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판 해외 리얼리티 프로그램?'
   
최근 종영한 KBS 2TV '서바이벌 스타오디션'과 막바지에 접어든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도 시작부터 해외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흡사해 논란이 됐다.
   
시청자들은 두 프로그램이 각각 미국 ABC 방송의 '워너 비 어 소프  스타(Wanna Be A Soap Star)'와 미 폭스TV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의 기본  포맷을 연상시킨다며 참신함 부족을 꼬집었다.
   
게다가 '워너 비…' 등은 '도전 SOAP스타'와 '아메리칸  아이돌'이란  제목으로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되면서 국내 인지도가 높아진 상태라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케이블TV에서 방송하는 국내 리얼리티 프로그램들도 해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닮은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박둘선 등 국내 톱모델을 내세워 차세대 모델을 길러낸다는 Mnet의 '아임어모델 (I'm A Model)'은 세계적 모델 타이라 뱅크스 진행의 '도전 슈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온스타일 방송)을 떠올리게 하고 가수 심은진이 진행자로 나선  온스타일의 '최악의 머릿결을 찾아라'는 자사가 방송하는 미 FOX TV의 '습격! 거리변신(Ambush Makeover)'과 닮았다.
   
◇돌아온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 그러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지난해 가을 개편을 맞아 '몰라카메라'를 14년  만에 부활시켰으나 최근 신현준 편이 인질극을 차용한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과 과도한 영화 홍보로 비난을 받는 등 연예인의 진솔한 인간적 매력을 보여준다는 '몰래 카메라'만의 묘미를 퇴색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MBC는 또 12월 '유쾌한 청백전' '명랑 운동회' '12시 올스타쇼' 등 1970-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운동회형' 오락프로그램을 부활시킨 '일요 스타워즈'를 신설했다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최근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인  '일요스타워즈-전화받으세요'로 바꿨다.
   
◇'새로운 소재=엽기?'
   
이런 가운데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소재로 웃음을 전하려다 '안 하느니만 못한'경우가 빚어지기도 한다. 최근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슬아슬한 소재로 줄타기를 벌여 시청자들의 집중적인 항의를 받았다.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는 '변태'를 소재로 삼아 출연자간의  대화를 유도하면서 지상파방송으로서는 도를 넘은 발언들을 그대로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도 새 코너 '검색대왕'에서 물구나무를  선  어머니의 젖을 먹는 아기, 방귀를 뀐 뒤 깔대기로 땅콩을 받아먹는 남자 등의 영상을  방송해 논란을 일으켰다.
   
소재가 '모유수유'란 점에서 옹호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여성의 가슴을 노출하면서까지 방송을 해야 했느냐"는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닮은꼴' 방송 언제까지
   
비슷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넘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채널  다양화로 경쟁이 가속화되는 마당에 예능 프로그램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지상파가 봄ㆍ가을 전면  개편이 아니라 부분개편 내지는 수시개편을 하다보니 시청률에 좌우되는 측면이 있고 한 포맷이 호응을 받고 성공하면 변종을 시도하기도 한다"며 "자사ㆍ타사의 포맷을  반복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지루한 느낌을 줄 뿐더러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무조건 과거에 했던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성공했던 예능 프로그램을 현 시점에서 어떻게 변형해 시청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까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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