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권의 수첩과 5권의 다이어리, 청와대 대변인으로 보낸 지난 13개월의 흔적”이라고 소회를 밝힌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4월 21일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그는 청와대를 떠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더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제 일생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영광과 보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며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게시판을 통해 인사편지를 보내왔다.
 
김 전 대변인은 이 글에서 “대변인이라는 위치는 숙명적으로 경계인이다. 대통령과 언론, 청와대와 국민사이의 경계에 위치하며 때로는 대통령과 정부, 청와대와 당과의 관계에서도 경계에 놓여 일하는 사람이다. 항상 경계에 서서 대통령을 대변하는 반사체이기에 사람들은 대변인이 전하는 말이 진짜 정확히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고, 또한 반대로 청와대도 대변인이 과연 제대로 본뜻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전 대변인의 이 같은 말은 대통령중심제국가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것이 청와대 대변인이 받는 중압감과 긴장, 스트레스의 구조적 원인으로 보인다.
 
그는 또 대변인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인사말은, “TV에서 보는 얼굴과는 좀 다르네요. 화면발이 잘 받나 봐요”라는 말과 “건강은 괜찮아요? 무척 힘들지요”라는 걱정이었다고 그간의 일들을 밝혔다.
 
그는 “체력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지만 가장 어려웠던 때는 아마도 대통령께서 대연정을 제기한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는 대통령과 접점을 이루는 모든 지점에서 대통령의 진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무겁게 고뇌하는 대통령과 이를 의아하게만 생각하는 국민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의 정략적 오해…그 사이사이에서 대변인은 무력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대변인으로서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때는 “대통령과 해외순방을 수행할 때다. 우리나라에 많은 대변인이 있지만 이건 청와대 대변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해외에 나가보면 진짜 우리나라가 얼마나 대단하고 우리 국민이 얼마나 능력있는 사람들인지 알게 된다. 참으로 감격스러울 때가 많다. 기자들도 해외순방취재에서는 달라진다. 나라 생각하는 차원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은 한마디로 “숨가쁘게 달려왔다”며 “그 과정에서 게으름과 실수도 너그럽게 받아들여준 춘추관 기자들과 비서실 식구들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며 “맺은 인연 하나하나 앞으로도 소중하게 신뢰로 가꿔 가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 대통령의 대변인에서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청와대를 떠난다. 항상 봄처럼 부지런하고 가을처럼 냉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대변인은 오는 7월 26일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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