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요즘 각급 대학의 분위기가 상아탑으로서의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내 대학들이 월드컵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홍역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내 대학들의 기말고사 기간이 내달 13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예선경기와 겹쳐 일부 학생들은 교수나 학과 사무실에 기말고사 기간 변경을 요구하거나 아예 리포트로 대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달 12일부터 기말고사를 실시하는 한 대학의 경우 일부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미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또 인문대학 학생 일부는 최근 강의시간에 교수에게 리포트로 기말고사를 대신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내달 24일까지 기말고사를 치는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올해 신입생들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항으로 떠오른 월드컵 경기를 놓칠 수 없다며 학과 대표를 통해 기말고사 일정 변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달 15일부터 기말고사를 실시하는 또 다른 대학은 저학년과 남학생뿐 아니라 여학생들까지도 기말고사의 리포트 대체 및 월드컵과 관련된 기말고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일부 대학이 월드컵으로 인해 기말고사에 따른 학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답이 안 나온다 하겠다. 대학 측은 학사 일정이 매년 초 결정되며 월드컵을 이유로 주요 학사일정을 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과연 대학 측이 학생들의 강력한(?) 주문을 외면하고 당초 예정된 학사일정을 준수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평생 기억할 만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어느 대학생의 희망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상아탑의 위상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어디 이뿐인가. 코 앞에 다가온 5·31지방선거에 대해 대학생들의 무관심이 극에 달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경기도내 대학에 이번 선거 부재자투표를 설치한 곳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대학생들에게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가꾸고 지방자치 활성화를 이뤄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지성인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금같은 대학의 분위기는 혁신돼야 한다고 본다. 지성과 젊음, 그리고 패기가 넘치는 캠퍼스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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