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유권자들의 결정은 내려졌다. 치열한 선거전을 벌여온 후보자나 정치권 할 것 없이 이번에 나타난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예상치 않았던 선전에 환호하는 후보자와 정당이 있는가 하면 유권자들의 엄중한 질책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된 정당도 있다. 승패가 어떻게 됐던 분명한 것은 이제 선거는 끝났다는 사실이며,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선거 전이나 끝난 지금도 정치권이 분명하게 그리고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은 항시 그들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눈이다. 그 동안 집권여당의 정치궤적, 그리고 앞으로 있을 국가행보의 변화에 대비해 현명하게 한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냉정한 시선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지방선거가 종료됐지만 대선과 총선이라는 경주가 시작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해 주기 바란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준엄한 요구를 가슴에 새겨 새로운 정치의 출발선에 서야 한다. 출마 당시 자신들의 공약이 진정이었든, 아니면 그저 한 표가 아쉬워서 했든 간에 읍소하며 내놓았던 그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선거를 치를 때면 말도 많고 탈도 많게 마련이다. 이번 선거도 과거 선거와 다름없이 선거사범이 적지 않았음은 유감스런 일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지방의원 유급화와 기초의원 정당 공천으로 과열 양상을 띤 데다 선거 이후에도 고소·고발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무더기 당선무효 사태까지 점쳐지고 있음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선거풍토를 여실히 보여줬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운동이 국내에 소개된 첫 선거로 기록됐다는 점이다. 과거의 형식적인 슬로건 위주의 공약들이 이번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뀌 것이다. 매니페스토가 조직동원형 선거에서 탈피해 정책전문가 선거로 바꾸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들이 보여준 표심을 저마다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티격태격하던 과거의 정치에서 과감히 벗어나 국민을 위하는 정치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 동안 정치권이 부추긴 우리사회의 시대착오적인 이념논란과 세대갈등, 지역주의를 치유하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각오를 담은 공동의 다짐과 함께 초당파적인 협력과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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