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놓고 시각장애 안마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적잖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헌재가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분명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헌재의 판결이 이유불문하고 존중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발하며 서울 마포대교에서 고공시위를 벌여온 시각장애 안마사들이 잇따라 한강으로 투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소중한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대항하고 있다는 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면 헌재의 판결 이후 후속대책마련 등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그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안이함으로 일관해온 정부의 소극적 자세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시각장애 안마사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뒤로 하고 있는 사이 장애인 안마사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그저께는 4명이 한강으로 투신자살을 기도하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회현역에서 장애인 안마사 40명이 철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퇴근길 지하철이 양방향 모두 40여분간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극단적 자세로 시위를 벌이는 장애안마사들도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 또한 옳다고 볼 수 없다. 정부가 이같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시각장애 안마사들의 반발은 상대적으로 날로 그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제는 감정까지 더해져 심히 우려되는 사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와 대한안마사협회인천지부도 그저께 `인천시민들께 엎드려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며 인천시민들의 도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의 주장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동시에 자칫 향락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얘긴데 이는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헌재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력시위를 통해 판결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면 이는 시민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기에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번 헌재 판결을 토대로 장애안마사들의 대책을 마련하고 장애안마사들은 폭력시위를 접고 대화로 풀어 가는 성숙함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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