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관련학과가 설치된 대학의 수가 60개를 넘어섰다. 전통적인 기계 계통의 학과에 대한 신입생 지원율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사 모델인 자동차 관련학과로의 변신을 시도한 결과이기도 하며, 그 만큼 자동차 관련학과가 그나마 경쟁률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최종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판단되겠지만 이러한 경향도 곧 마무리가 되어 ‘부익부빈익빈’, 이른바 양극화 현상으로 상당수의 대학이 다시 전공을 바꿔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쟁력이 없으면 곧 도태된다는 사회의 냉엄한 현실이 대학에도 몰아치기 때문이다.
 
역시 가장 큰 관건은 졸업생들의 취업의 한계에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전문대의 경우 취업연한이 최대 3년이어서 4년제 졸업생들의 취업분야에는 도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전체 자동차 전문 인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연구직, 관리직 등에는 취업하기가 매우 어렵고 대기업에는 원서조차 못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취업 분야도 보험손해사정이나 정비직, 영업직 등 국한된 분야로 주로 한정되어 있어 진로 지도에 큰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연구직 등 원하는 직종을 구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에 편입하거나 학점은행제 등의 제도를 거쳐 대학원에 입학해야 가능하다.

반면 4년제 대학에 존재하는 자동차 전문 인력 양성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상황이다. 학부에 설치된 자동차공학은 몇 개에 불과하고 주로 유사 학과인 기계계열에서 인력을 공급하는 상황이다. 제도적으로 4년제 대학에 국가적 제도가 편중되다보니 그 어려움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학생들은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벌써부터 인생의 비애를 느끼기도 한다. 전문대학을 4년제 대학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는 경우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학 진학생의 40% 이상을 전문대학에서 책임지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교육을 4년제 대학과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은 4년제 대학에 치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고등교육의 양축을 이루면서도 전문대학의 지원 예산은 4년제 대학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지원에 대한 자격도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문대의 수업연한도 1~3년 이내로 국한되어 있고 학과의 명칭도 마음대로 변경이 불가능하며, 대학의 자율권은 무늬만 자율인 경우도 많은 상황이다.

생존경쟁의 시대이다. 능력을 갖추면 살아남을 수 있고 없으면 도태되는 냉엄한 시대이다. 교육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기존의 기득권은 글로벌화 시대에 역행되는 후진 개념임을 다시 한번 주지해야 한다. FTA 등 세계적인 이슈가 진행되는 요즈음 교육계라고 이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다. 장부 차원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도록 최대한의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제도도 지양해야 하고 예선을 핑계로 훈련시키는 습관도 없어져야 한다.

최근 각 대학별로 대학, 대학원의 수업연한 철폐가 가시화되고 있고 초등학교 때부터의 수업 연한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대의 조류에 따라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교육과정 개편은 기본이며, 다양한 형태의 산학모델을 통한 주문식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은 연구중심대학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고 특화된 대학으로의 변신도 시도하고 있다. 일반대, 산업대, 기술대 등 나름대로의 색깔을 내기 위한 합종연횡의 움직임도 전차 늘어날 것이다. 특화된 전문대학의 전공을 4년제 대학에서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수업 연한부터 예산 지원, 제도적 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해 정부 관련 주요 위원회에 전문대학 교수가 위원으로 있는 경우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는 것을 보면 얼마나 제도적으로 편중된 상황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부터 열린 마음을 가지고 제도적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김필수(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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