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동반하는 비행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열쇠를 쥐고 있는 블랙박스를 찾기 위해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다. 블랙박스는 항공기 추락시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과 고열을 견딜 수 있도록 단열제 층으로 둘러싸인 특수합금 안에 들어있는데 기록테이프는 우연한 기록삭제나 바닷물과의 접촉에서도 보호된다고 한다. 또한 비행속도와 고도, 방향, 수직가속도, 상하진동 등 다양한 변수들을 기록하는데 기록계는 기내의 음성대화와 무선음성송신을 따로 기록한 장치가 있고 주로 충격이 덜한 항공기의 꼬리부분에 설치된다.

그러나 모든 블랙박스가 회수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최근 포항 앞바다에서 추락한 F-15K 전투기의 블랙박스는 수심 1천m 심해에 가라앉아 현 기술로는 회수가 불가능 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사고기의 원인규명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번에 추락한 전투기의 블랙박스는 강한 충격에도 훼손되지 않지만 해상 추락시 물에 뜨게 하거나 발신장치 등이 없어 해저에 추락할 경우 잠수요원의 수작업에 의해 회수할 수밖에 없지만 심해의 경우에는 인력으로 어찌할 바가 없어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당국은 첨단 심해추적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미 해군 측에 블랙박스 회수를 요청하거나 다른 나라 해양연구소 등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회수여부가 또다른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F-15K 한대 값이 우리 돈 1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보니 사고원인 규명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며 무엇보다 전투기를 운행하는 최고급 전투비행사들의 애꿎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도 블랙박스 회수를 통한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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