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경기장과 거리를 모두 태우는 붉은 6월이면 신화가 탄생한다. 13일 밤 2006 독일월드컵 G조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거둔 토고전 1승은 한국 축구사에 갖는 의미는 단순한 승점 3점이 아닌 세계무대 데뷔 반세기 만에 거둔 원정 첫승이라는 데 큰 의미를 둔다. 한국 축구는 지난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처음 참가했다. 상대팀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 오른 뒤 첫 상대인 헝가리에 0-9, 2차전 터키에도 0-7 등의 참패를 맛봤다. 이후 32년 뒤 86년 멕시코 대회 때도 1무2패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또 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도 3전 전패, 98년 프랑스 대회 땐 1무2패라는 수모를 당한 대한민국은 20세기를 끝내 월드컵에서 단 1승을 건지지 못하고 본선 원정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4무10패였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면모를 쇄신한 대한민국은 안방에서 5승2패로 4강까지 오르는 기적을 이뤄냈지만 이는 홈 텃세와 편파 판정 덕분이었다는 비난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스코틀랜드에서 전지훈련을 갖자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대한민국을 영국 중산층이 애용하는 ‘M&S슬리퍼(Marks&Spencer slippers)'로 비유했다. 홈경기에서 천하무적인 대한민국 대표팀이 원정경기에만 나서면 맥을 못 추는 걸 꼬집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태극전사들은 유니폼에 새겨진 투혼이라는 글자 그대로 투혼을 발휘에 2002년 안방에서 치러진 4강 신화가 행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것을 독일 즉 원정에서 강하게 입증한 셈이 됐다. 이제 세계는 한국 축구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국민과 함께 기원한다. 〈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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