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한번 짝을 맺으면 한쪽이 잘못돼 홀로 되더라도 평생 재혼을 하지 않고 새끼들만을 극진히 키우는, 지조와 절개가 뛰어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철새로 알려져 있다. 어둠이 깔릴 무렵, 두 다리를 바짝 뒤로 모으고 ‘기럭기럭’ 소리를 내며 높은 하늘을 가장인 수컷과 새끼들, 암컷이 나란히 서열에 맞춰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의 행렬에서 우리 조상대부터 지금까지도 낭만적인 정취를 가득 느끼게 된다. 또, ‘가족간 질서’의 상징으로 알려진 기러기의 가장은 하늘을 날다 땅에 내려앉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안전을 확인한 뒤 내려앉기에 가족력도 뛰어나다.

가족과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아야 하는 요즘의 ‘기러기 아빠’도 뜨거운 가족애 하나만으로 혼자 사는 수고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외로움과 싸우는 처량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찾아 먼 거리를 날아다니다 평평한 모래펄에 맵시 있게 내려않는 기러기의 ‘평사낙안(平沙落雁)’처럼 우리의 기러기 아빠들도 미래의 평안한 즐거움을 찾기 위한 애절한 사연일 것이다.

최근 사단법인 하이패밀리에서 국내에 사는 기러기 아빠 98명과 서울에 거주하는 30, 40대 주부 324명을 대상으로 ‘기러기 아빠들의 생활 및 의식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 기러기 아빠 가운데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은 40%를 차지했고, 건강관리(24%)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재정적 부담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성공적인 ‘기러기 아빠’가 되기 위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활용하며, 가족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절개있는 ‘기러기 아빠’가 되길 기대해 본다. 〈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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