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과 토고전-미선·효순이, 19일 한국 대 프랑스-김 일병 총기난사, 24일 한국 대 스위스- 김선일 피살’

독일 월드컵 열풍으로 국민들은 태극전사들이 지난 2002년 4강 신화를 재현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며 응원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독일월드컵 한국 경기 일정은 공교롭게도 최근 수년간 우리 국민을 가장 충격에 빠뜨렸던 그들과 모두 겹친다. 온 국민이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는 순간, 한쪽에서는 그날의 아픔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눈물을 떨구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토고전이 벌어진 지난 13일은 4년 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도로에서 여중생 심미선·신효순(당시 14세)양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처참하고 억울하게 숨진 날이다. 또 19일 한국과 프랑스전이 열린 날은 김 일병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꼭 1주년 되는 날이다.
 
24일 한국과 스위스전이 열리는 날은 여성가족부 출범 1주기이기도 하고 인터넷을 만들어낸 미국인 빈튼 서프의 생일이기도 하다. 영국의 한 심리학자는 날씨 등 여러가지 상황들을 감안해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로 이날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2년 전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된 김선일씨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국민이 촛불집회를 열고 무장세력의 만행을 강력 규탄하는 등 김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같이 공교롭게도 이번 월드컵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국민들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던 바로 그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월드컵 기간에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한번쯤 되새겨 볼 때가 아닌가 싶다. 〈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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