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화를 보면 당초에 인간은 남녀 한 쌍이 앞과 뒤로 붙어있었다고 한다. 앞면이 남자이면 뒷면에는 여자가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게 그렇게 붙어있었다는 것이다.등 뒤에 존재하며 숨쉬는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지 못한 채 그렇게 살다보니 뒤에 있는 상대가 그리워도 만지거나 볼 수 없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뿐더러 여자가 여자를 좋아해도 문제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등 뒤의 상대를 무시하고 성적으로 문란해지자 제우스 신은 번개를 인간에게 집어던져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던 인간을 찢어놓게 됐다. 우리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것은 아주 오래 전에 제우스 신이 찢어놓은 자신의 짝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나 희랍의 신화를 보면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무시되는 남녀간의 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천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남녀간 성 차이는 분명해지고 있다. 유전자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물론이요 모든 세상사의 이치가 과학적으로 검증되는 것만이 분명하다는 과학의 미신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을 강조하며 성전환자의 호적 성별변경을 허가했다. 이번 결정으로 성전환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독교 단체들 등은 신이 주신 신성한 성을 임의로 바꾼 것 자체가 죄라며 반발하고 있다. 남녀차별로 얼룩졌던 세계 역사가 이제는 남녀차이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남녀간의 성 차이가 단지 과학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총괄적인 삶의 형식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제우스 신이 오늘같은 상황을 본다면 무엇이 남녀간의 차이라고 말해줄 지 자못 궁금하다. 〈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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