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보면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심한 풍랑을 만나게 되자 사람의 머리 49개를 수신(水神)에게 제사지내야 한다는 종자의 진언에 따라 사람의 머리를 밀가루로 빚어 제사를 지내자 풍랑이 가라앉았다는 고사가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유래된 음식이 만두의 시초라고 한다.

우리에게도 즐겨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사람의 신체 형상을 딴 음식이 있으니 바로 주먹밥이다.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무린 밥을 손으로 주물러 먹기 쉽게 뭉쳐 만든 주먹밥은 만두처럼 유래나 기원을 알 수 없으나 아주 먼 옛날부터 먼 길을 가거나 전쟁터 등에서 밥을 지어 격식없이 시장기를 면할 수 있도록 주먹 크기로 가지고 다니며 먹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고 밥과 소금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 우리 조상들은 주먹밥을 먹어가며 국난을 극복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기록은 임진왜란 당시 주먹밥을 먹으며 왜적에 맞서 싸운 기록도 종종 등장한다. 이처럼 전투식량으로 사용되기도 한 주먹밥은 50여년전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역사상 최대의 상처를 안게 된 6·25전쟁에서도 군인들은 주먹밥 한두개씩으로 허기를 때우며 처절하게 싸웠다고 한다.

지금이야 당시 전쟁을 체험하기 위해 이벤트식으로 주먹밥 먹기 행사가 열려 주먹밥이라는 존재를 알려나가고 있는데 일부 식당에서는 정식메뉴로 만들어 가난하고 힘들 때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찬밥이나 보리밥에 대충 소금을 뿌려 먹었던 그 시절 주먹밥과 달리 식당메뉴로 등장한 주먹밥은 먹기 좋은 크기에 김치, 볶음, 과일, 달걀, 야채, 멸치 등 다양한 이름을 앞세워 당당히 다른 음식들과 어깨를 같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주먹밥을 우리의 음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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