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프로에 오랜 세월 헤어져 있던 혈육을 만나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또는 길 잃고 부모와 헤어져 성인이 돼서야 만나는 내용 등 애환은 끝 없다. 이들의 재회 장면에 누구나 눈물을 찍어낸다. 가족은 삶의 근본임이 분명하다.

얼마 전 노병을 만난 적이 있다. 가족을 북한 둔 이른바 피난민이었다. 북한에는 2~3살 어린 2명의 남동생이 있렀는데 전쟁이 나자 아버지는 자신만 데리고 남한에 내려왔다고 했다. 물론 동생과 어머니는 북한에 있다는 것이었다. 고교 재학 당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자 생계 때문에 직업 군인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전방에 근무하면서 주적(主敵)은 북한 공산당이고 이들이 가족을 갈라놓았다고 원망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총부리를 북한에 겨냥할 때 동생 역시 나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등골이 오싹하곤 했다고 했다. 그야말로 동족상잔의 비극이 바로 이것이구나 생각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주적의 대상은 사라지고 햇볕으로 북한의 형제를 반겨야 한다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노무현 정부 역시 북한에 있는 우리 형제를 끌어안아야 한다며 평화 대북정책을 밀고나가고 있다. 누가, 어느 나라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지적이 나와도 부모형제가 만나야 한다는 대북정책의 기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평화통일, 이산가족 재회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찬 사람들이 하나 둘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의 낭만적인 바람은 무시한 채 세계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세계 여론이 연일 시끄럽다. 언제쯤이나 TV에 나와 서로 얼싸안고 눈물 펑펑 쏟아내며 울 수 있는 평화의 시대가 올지 안타깝기만 하다. 〈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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