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영화로 유명한 실미도, 인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종도 바로 옆에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지나 을왕동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물론 자동차로도 갈 수 있다. 막상 실미도를 한번쯤 방문하기 위해서는 큰 마음먹고 가야할 정도로 왠지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실미도 사건이 영화속 이야기나 구전으로 전해오던 내용과 다른 내용들이 밝혀졌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13일 `실미도 사건' 진상조사 결과 총 31명의 공작원들은 사형이나 중형 등을 받은 특수범이나 현역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이었다고 발표했다. 또 모집관들은 훈련 후 장교임관이나 미군부대 취직 등 당초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제시해 구두계약 형식으로 부대원들을 모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작원들에게는 `김일성 거처습격' 등의 대북 특수임무가 부여됐지만 모집 당시 북파공작 임무의 위험성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지를 받지 못했으며 3년4개월간 무인도인 실미도에 강제로 격리돼 사실상 구금상태에 있었다고 과거사위는 설명했다.

또 1971년 8월 23일 공작원들의 탈출사건 발생 배경에 대해 “구타, 살해 등 일련의 부대내 상황에 절망감을 느낀 공작원들이 청와대 등 상급기관에 자신들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기 위해 부대를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미도사건 이후 부대의 성격을 은폐하기 위해 정부는 사실상 민간인인 공작원들의 신분을 공군이 관리하는 특수범들이라고 발표했으며 해당부대는 공작원들의 신상관련 서류를 소각하는 등 철저한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미도는 어두운 과거사 섬이 아니라 억압된 민초들의 슬픔과 한을 간직한 섬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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