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땅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방법으로 바람을 이용했으며, 이러한 간단한 원리를 이용한 도구가 ‘부채’다. 우리나라 전통부채는 깃털로 만든 우선(羽扇), 자루가 달린 둥근 부채인 단선(團扇),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선, 특별한 용도로 모양이나 재료를 다르게 만든 별선(別扇) 등이 있다고 한다. 부채가 공예품으로 멋을 부리며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발달된 것은 종이가 발명된 시대부터 시작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닥나무 한지는 질기고, 가벼우며, 수명이 길어 ‘지천년 포오백’이란 말이 있듯이 세계에서도 부채 만들기에 가장 좋은 재질로 알려지게 됐다. 우리 조상들이 수작업을 통해 정성들여 만든 부채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게 세심했고 신분에 따라 부채의 모양과 재질이 차이를 보였다고도 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전통부채는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비닐과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모품으로의 부채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16세기 부채가 처음 등장했다는 스페인의 경우 부채 문화는 곧 ‘부채 언어’라고 한다. 과거 스페인 여성들은 부채를 더위를 쫓는 용도로만 이용하지 않고 남자를 만날 때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부채를 펼쳐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으면 누군가가 보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고, 천천히 부채질을 한다면 이미 결혼했다는 뜻이며, 부채를 접어 가슴에 대면 너를 사랑하기에 고통스럽다는 의미라고 하고, 화난 표정으로 부채를 접으면 질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도 스페인에서는 이 같은 부채 언어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으며, 부채와 관련된 서적도 출판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부채문화도 다시 한 번 전통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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