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나라가 풍요로워 생활에 근심이 없을 때 흔히 ‘요·순(堯舜)’시대와 같다는 말을 한다. 중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다스렸던 왕이 바로 요왕과 순왕이다. 세습왕조시대가 아니었던 당시에는 왕이 백성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의무는 백성들이 먹고 사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다. 농사와 수렵이외에 별다른 생활수단이 없던 시대라 하늘의 뜻이 축복이자 저주였다.

요·순왕의 뒤를 이은 우왕과 탕왕 역시 성군으로 중국 역사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당시에 왕은 물을 다스릴 줄 알아야만 했다. 치수(治水)를 할 줄 아는 백성 가운데 왕이 선출됐다. 중국 고서(古書)를 보노라면 당시의 왕은 물을 다스리기 위해 직접 물의 흐름과 성질을 연구했다. 땅의 생김새와 물의 흐름을 연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름진 농토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물은 곧 생명인 동시에 재앙의 대상이었고 물을 다스려야만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고 여겼던 탓에 치수는 왕의 필수조건이었다.

가뭄이 들면 왕은 높은 산에 제단을 쌓고 몇날 며칠이고 금식한 채 하늘에 비를 빌었다. 가뭄의 원인은 하늘에 있던 것이 아니라 왕의 부덕함을 하늘이 응징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홍수가 나도 왕은 식음을 전폐하고 하늘에 빌었다. 그리고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사태를 파악하고 추후에는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만들어 추진했다.

요즘 태풍에 이은 집중호우로 나라가 시끄럽다. 물난리로 많은 사람이 죽고 집을 잃은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매년 벌어지는 물난리인데도 대책이 없다. 언제쯤 요·순 왕조의 치수시대가 올지 안타깝기만 하다. 〈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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