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47년 전에 묻은 타임캡슐을 개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959년 초등학교 신축 당시에 정초식을 하면서 머릿돌 안에 넣었던 것인데, 구리상자 안에는 교직원과 학생의 명단 및 사진, 건물의 설계도, 정초식 축문, 당시 통용되던 지폐 6장 등이 들어있어 짧은 순간이나마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학교는 이 타임캡슐과 내용물을 역사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생생한 역사교육의 실천인 것이다.

사회가 최첨단의 기술개발과 함께 급속히 발전하고 세계화될수록, 또 이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고 다양화될수록 우리는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되고, 동시에 ‘미래를 위한 지표’를 모색한다. 아울러 개인이든 사회든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남기려는 노력들을 하는데, 타임캡슐을 남기거나 또 유·무형의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행위도 바로 이런 현상의 반영이라 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문화유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지역 정체성 찾기와 연결되어 개인의 삶에서 지역이 갖는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역활동과 관계되어 문화유산보존을 위한 여러 단체와 모임들이 생겨나고, 개인적 자아실현이나 학교에서의 향토사 교육 등이 장려되고 있다. 또 문화유산을 답사해 그 내용을 자신들의 인터넷 블러그에 올려 홍보는 물론, 문화재를 보호·관리하는 지킴이 활동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이다.

문화유산에는 건축물 같은 유형의 자료 외에도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에게 이미 인지된 정신적인 유산도 포함되기 때문에 그 범주는 자못 넓다고 할 것이다. 인천에도 여러 가지 문화유산들이 남아 있다. 개국(開國)과 왕도(王都)로서의 바탕을 이룬 궁궐터와 같은 문화유산에서부터 보장지(保障地)로서의 국방유적, 정신수양지로서 종교유적, 근대문물이 유입되는 선구지로서의 근대유적 등과 식민지시대의 잔재 및 그 청산의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인천은 우리나라 역사의 전개과정이 함께 농축되어 있는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인천인의 후손들에게 이 시대를 증언하는 자료로 어떤 문화유산을 남겨줄 것인가를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인천의 시작을 비류백제의 이동에 따른 미추홀의 존재로부터 설정했지만 아직 고구려의 주몽과 비류, 그 어머니 소서노와 비류·온조의 관계정립도 부족하고 당시 도읍으로서 인천의 역할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돼야 할 부분이 있다.

또 고려시대 왕들의 ‘7대 어향(御鄕)’으로서의 인천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중앙정치계에서 활동했던 정치세력으로서의 귀족들에 대한 동향을 말할 뿐, 지역으로서의 인천에서의 역할을 밝힌 바가 없다. 조선시대에 이르면 당시 인천지역의 역사적 위상과 역할이 더욱 궁금해질 뿐이다. 특히, 인천출신 인물 연구도 더 진척돼야 할 과제이다.

더구나 근대 개항장으로서의 인천의 역할을 수없이 강조하지만 정작 그 시기 인천에서 활동했던 인천인 사회의 구조와 그 생활상을 밝힐 수 있는 실제적인 자료도 부족하거니와 그 역할에 대한 정리 역시 내세울만한 것이 별반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불과 50~60년 전 인천의 모습도 마치 퍼즐을 맞추어보듯이 찾아봐야 되는 것이 현실이다. 남겨진 것을 계속적으로 발굴하고 정리해야 하는 과제 못지않게 후세에 남겨야 할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지금의 우리들로서는 개인의 일기나 빛바랜 사진 1점 같은 작은 문화유산일지라도 이제는 가꾸어서 만들어 나가야 할 입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타임캡슐에 넣어 간직해 두었던 자료는 비록 한 학교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지엽적인 작은 역사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소중한 역사자료를 남겨두려는 미래지향적 사고와 그 마음의 축적이라 하겠다. 앞으로 인천의 여러 곳에서 이러한 타임캡슐이 발견될 수 있다면 인천의 문화유산은 더욱 풍성해 질 것이라 기대된다.

나아가 지금부터라도 인천에 남길 문화유산의 ‘타임캡슐’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 지킴이 활동 못지않게 각자의 타임캡슐을 남기려는 마음의 자세가 이 시대의 문화유산을 만들어 가야하는 우리의 또 다른 역사적 과제라 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