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본격적인 휴가 시즌에 돌입했다. 7월말부터 8월초순까지는 적게는 사흘, 많게는 열흘까지 모든 생활인들이 더위를 핑계삼아 달콤한 휴식시간을 들어간다.

그러나 휴가가 마냥 쉬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작업’의 시간이다.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이 ‘Re(재)’와 ‘Creation(창조)’의 합성어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걸 아는 현명한 CEO들은 직원들에게 업무시간 외에는 푹 쉴 것을 주문한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휴가가 삶의 절대가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프랑스인들의 휴가비중은 매우 높아 연간 35일 사용이 명문화돼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일년 동안 일하는 목적이 ‘그랑드 바캉스’라고 부르는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한 데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간 중에는 지중해·대서양 등으로 대대적인 인구이동이 일어나고 도시의 상점들은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떤가. 막상 일주일간의 휴가를 받았지만 어떻게 쓸지 몰라 소위 ‘방콕’(방에 콕 박혀 있는 것을 뜻하는 속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도 모르게 일에 중독된 탓일 것이다. 모처럼 일이 없으니 불안하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주체가 아닌 객체적 삶을 살아온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어떤 이는 차라리 출근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기도 하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여름휴가 기간에는 산사를 찾아 집착과 탐욕, 무지의 바다에서 헤맸던 자신을 돌아보고 거듭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 지역의 사찰 등에서도 일반인을 위한 템플스테이나 하계수련대회 등을 마련했다. 참선도 하고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산속 맑은 공기와 빼어난 경관을 덤으로 보탤 수 있는 휴가를 절에서 보내는 것이 어떨까. 〈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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