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영화 `괴물'이 한국영화의 각종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우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괴물은 단순한 픽션의 영화소재가 아닌 실제 한국사회의 아픈 구석을 감독 특유의 비유로 정곡을 찔렀다는 점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한강의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 크기의 다리 한 쌍과 기형다리 1개, 뒷다리가 되다만 돌기, 길고 날렵한 꼬리에 연꽃잎이 벌어지듯 5갈래로 갈라지는 흉측한 입을 가진 괴물이 2006년 여름 한강 여의도 둔치에 나타난다. 이 괴물은 놀러나온 사람들을 무차별로 물어뜯고 깔아뭉개며 주인공 강두(송강호)의 딸인 현서(고아성)를 낚아채 사라지면서 강두의 가족과 괴물의 사투가 시작된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끄는 것은 괴물의 탄생 배경이 지난 2000년 맥팔랜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미 육군 사망시 시체의 본국송환을 위해 방부처리하는 데 쓰이는 포름알데히드 20박스를 당시 영안소 부책임자인 미육군 민간부 군무원 앨버트 맥팔랜드의 명령에 의해 한강으로 흘려보낸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은 독극물 방류 명령을 받은 한 군무원이 스스로 사진을 찍고 녹색연합에 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 영화 괴물은 이 사건을 직접적인 괴물탄생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미군의 몰상식과 반인륜을 고발하고 있다. 미군의 이 같은 반환경적인 작태는 오늘도 계속돼 최근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토양오염이 도를 지나쳐 수천억 원의 비용을 우리가 떠안게 됐다고 한다. 미군에 의한 한국의 오염은 앞으로도 진행형으로 이어져 아마 몇 년 지나지 않아 또다른 기형 괴물에 의한 영화 괴물의 후속작이 나올까 두렵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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