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이 시원찮으며 농사일은 힘겹던 전통사회에서는 이 같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복날 보신이라는 말로 영양섭취를 했다. 이것이 바로 개장국, 삼계탕, 육개장 등이 주 메뉴였다. 일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가 삼복(三伏)이다.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낮 땡볕으로 모든 동식물을 생기를 잃고 축 늘어지게 만든다. 이런 생리적 불안 현상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보신(補身)을 해주고 있다.


한더위를 일컫는 복(伏)자를 보면 사람인(人)변에 개 견(犬)자로 만들어진 회의문자다. 더위로 인해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축 늘어진다는 뜻인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개의 행동과 유관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날씨에 개를 보면 그늘에 납작 엎드린 채 혓바닥을 길게 내빼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체온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 역시 사람도 더위에는 맥을 못 쓰는 모습이 비슷해 사람인 변에 개 견의 복 자가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 날은 개를 잡아먹는 날에서 유래했다고 엉뚱하게 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복날에는 수많은 견공들이 수난을 당한다. 올 초복과 중복은 장마로 인해 그냥 넘어갔으나 9일 말복에는 죄없는 견공과 닭들이 무수히 도륙된 날이다.


여름철 보신식은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다. 서양에서는 초콜릿이 보신식이다. 초콜릿은 영양가가 높고 그 원료인 카카오에는 피로회복에 좋은 대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이 있어 보신식으로는 매우 적당한 식품이다. 우리의 보신탕도 이런 보신식 중 하나일 뿐이다. 〈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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