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0원짜리가 정상적인 상거래에서 사용할 수 없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이었다. 처음 10원짜리가 선을 보였던 1966년만 해도 10원짜리 두 개면 자장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고 70년대에는 요즘 500원씩 하는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사 먹을 수 있었다.
 
10원짜리 하나만 있어도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는데 경제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서조차도 10원짜리는 더 이상 아이스크림도 눈깔사탕 하나도 살 수 없어 저금통에나 집어넣어야 하는 가치하락을 나타냈다.
 
지금이야 월급봉투에 자투리로 담겨지는 최하단위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10원짜리는 은행에서도 대접받지 못해 저금통도 아닌 집안 여기저기서 굴러다니는 신세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에는 10원짜리 동전 활용법으로 동전에 들어있는 구리가 신발의 고약한 냄새를 없애고 TV 등의 전자파를 제거한다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 채 다시 집안 구석을 차지하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이 현재 통용되고 있는 구리와 아연으로 만들어진 10원짜리 동전을 내년부터 경량의 새 동전으로 바꾼다는 발표가 있고 나서 천덕꾸러기 10원짜리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는 10원짜리 동전이 본래가치의 9만 배에 달하는 90만 원까지 호가하는 귀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경매가 30만 원에 다수의 사람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천덕꾸러기 10원짜리에 몇 만배의 가치가 붙는 것은 사라지는 옛것을 붙잡아 두고픈 아쉬움의 표현일 게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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