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뜯어봐도 돼지는 어느 것 하나 예쁘게 생긴 곳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돼지를 곁에 두고 보살핀다. 오직 서민이 가장 가깝게 쉽고 저렴하게 섭취할 수 있는 육류이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돼지처럼 사람에게 유용한 동물도 그리 흔치 않다. 무엇보다 돼지는 버리는 것이 거의 없이 모든 부위가 사람을 위한 먹이감이다. 등심, 안심, 목심에 삼겹살, 항정살, 갈매기살까지 살이라는 살은 못먹는 부위가 없다. 이 중 삼겹살은 서민 최고의 부위다.
또 내장과 돼지껍데기는 그야말로 술안주감이나 국밥 재료로 그만이다. 족발과 등뼈(사뎅이) 역시 푹 고아먹으면 최고의 영양식이다. 머리고기 쓰임새도 한두가지가 아니다.제사상에 돼지머리가 빠지면 쓸개 없는 곰을 잡은 것처럼 뒷 맛이 영 허전하고, 순대집 술상에도 어김없이 머리고기가 따라 올라온다. 돼지고기 예찬론으로 부위별로 각각 맛이 다르다는 장점과 함께 값이 싼 동물성 에너지원이라는 데 매력이 있다.
대중적인 고기로 사랑받아 온 돼지고기가 이제 아무나 쉽게 못먹는 금값이 되어버렸다. IMF 전까지만 하더라도 돼지고기와 쇠고기 값 차이가 족히 다섯배는 되더니 올들어서는 영돈농가의 감축과 피서철 최고의 먹거리로 자리잡으면서 이제는 소고기가격과 호형호제 사이가 됐다. 돼지고기에 인생의 애환을 묻고 살아온 서민들은 가격이 치솟자 쉽사리 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옛날처럼 키워서 잡아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딱하게 됐다. 〈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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